학술

"이명박·김영삼 대통령, 개신교 구원귀족의 역할 보여줘"

정태식 교수, '종교와 정치의 긴장과 타협' 강연

▲25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관에서 2011 한국사회역사학회·한국종교사회학회 공동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베리타스

25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관에서 열린 2011 한국사회역사학회·한국종교사회학회 공동학술심포지엄에서 ‘종교와 정치의 긴장과 타협: 개신교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를 한 역사사회학자 정태식 교수(경북대학교)는 "우리나라의 기독교 신자 대통령들은 구원귀족의 모습을 적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이승만은 자기가 중심이 되어 기독교를 통한 한국의 사회정치적 구원을 도모하였고 김영삼과 이명박은 직, 간접적으로 기독교 중심적 정치 행위를 보였다"며 개신교 신자 대통령이 사회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특히 이들 개신교 신자 대통령들이 "그 주변 인물들과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심정적 동조자로서 기독교 자체를 절대화 하면서 경제적 차원에서는 신자유주의의 자본 독점적인 지향을 지지하였고, 사회정치적으로는 한국 기독교 근본주의의 등장과 준동의 주체가 되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함으로써 개신교 구원귀족의 역할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구원귀족은 세상 구원이라는 신의 계율을 실천하기 위한 종교 전사(religious warriors)이기에 국내적으로는 폭력을 사용하면서까지도 세상을 정화하려고 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신의 계명과 신앙을 수호하기 위한 종교전쟁까지도 불사한다.

정 교수는 이들 개신교 신자 대통령들의 집권이 보수적인 개신교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로 이어지는 현상을 주목하며,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들 보수적 개신교 집단은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하였고 동시에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사상에 경도되어 있었다"며 "따라서 이들은 사회주의는 물론 사회민주주의적인 복지에 부정적이며 사유재산의 극대화를 지향하는 시장경제논리를 적극 지지하기도 하였고 영혼과 육체의 구원에 덧붙여 물질축복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보수적 개신교 집단이 사회적 약자를 등한시 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게 하는 데 음으로 양으로 정부를 도와왔다는 것이다.

이어 정 교수는 더 큰 문제로 "이들의 종교적인 욕구와 이데올로기적 욕구를 개신교 신자 출신의 대통령이 때로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때로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리고 때로는 심정적으로 때로는 실제적으로 충족시켜주었다는 데에 있었다"고 말했다. 주요 사례로는 2004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라는 봉헌서를 낭독하는가 하면 2005년에는 청계천 복원이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라고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것 등을 꼽았다. 

이러한 종교적 편향 발언을 비롯한 종교 편향 정책에서 비롯된 종교갈등 사례 역시 살펴본 정 교수는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종교관련 스캔들은 비단 대통령 당사자에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닌, 한국의 개신교가 지닌 전반적인 문제의 반영이라는 점에 직시했다. 그는 "종교의 보편성이 무시되고 종교 자체의 절대성이 강조되면서 뒤따르는 현상은 경제적이고 개인적 차원에서는 주술의 강화이며 사회적이고 정치적 차원에서는 근본주의의 출현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주술은 "현대사회의 지배체제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종교가 동의하면서 사적 이익의 극대화를 물질 축복의 이름으로 종교가 정당화함으로써 발생"했으며 근본주의는 "전 국민의 기독교 신자화를 통해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라는 기독교의 지상과제를 스스로를 선민으로 간주하는 종교지도자들이 정치권력을 빌려 도모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구원귀족의 관심사가 "자기 종교의 진리의 절대성에 바탕을 둔 진리의 독점을 전제로 하기에 타 종교집단에 대한 배타적 형태를 서슴지 않는다"며 "또 종교 자체 세력의 힘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기에 사회구원을 위해 정치적 힘을 한껏 활용하는데 정당을 만들거나 특정 정치인을 대선과 총선 등에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개신교 신자인 대통령과 보수적 개신교 집단의 정치 종교적 결탁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살펴본 정 교수는 종교의 정치적 역할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현실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특정한 종교집단이나 종교인의 특수한 이해관계에 얽매여 정치적 행위를 한다면 그것은 종교의 보편성을 져버리는 것이 될 것"이라며 "종교의 정치적 행위는 종교가 내세우는 보편적 가치의 빛 아래에서 인간의 정치적 삶과 경제적 삶을 비추어 보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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