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홈페이지 공지사항 갈무리. ⓒ베리타스 DB |
개종이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타 종교인을 눈꼽만치도 배려하지 않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배타적인 선교 행태가 또 다시 발생했다. 보수 근본주의 신앙을 견지하는 이들로 보이는 몇몇 개신교 신자들이 불교를 건학이념으로 하고 있는 동국대 내에서 캠퍼스 선교를 한답시고 학생들에게 전도지를 나눠주는 과정에서 이를 제지하려는 스님과 실랑이를 벌이고는 해당 스님을 고소하는 등 학내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동국대 내 법회 운영과 불교 강좌 마련 등을 담당해 온 정각원은 29일 교내 홈페이지 공지글에 캠퍼스 내 선교 활동을 벌이는 이들 개신교 신자들과 관련해 "종교간 최소한의 금도는 커녕 불법·탈법적 선교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각원에 따르면, 지난 9월 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교회 소개 등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하기 시작한 이들 개신교 신자들은 급기야 학내 불상에 붉은 페인트로 십자가를 긋고 '오직 예수'라고 적어놓는가 하면, 정각원 법당 안에서 대소변을 배설하고, 문짝을 파손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야간에 여러 대의 대형버스를 타고 들어와 교내 광장에서 종교집회를 하고 사라지는가 하면 외부인의 신분임에도 학생의 신분을 빌어 불법으로 강의실을 대관, 기독교 종교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각원측은 배타적인 이들 개신교의 선교 행위에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지글에서도 동국대 가족들을 향해 "앞으로 동국대학교에서는 독선적이고 불법적인 선교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의 선교 행위가 있을시 즉시 신고해 달라는 내용을 게재했다.
한편, 지난해 이맘때쯤 몇몇 젊은 개신교 신자들의 영토확장 논리에 기초한 제국주의적 선교관으로부터 촉발된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 사건은 당시 타 종교는 물론, 개신교인들 사이에서도 부끄러운 인상을 남기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지어 당시 보수 개신교인들을 대변하는 창구 같은 역할을 했던 한국교회언론회 조차 타 종교인의 성지에서 '땅밟기' 선교를 하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작태에 "종교간의 진리 차이가 종교 간의 다툼이 되어서는 안되며 자신들의 확신을 타인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며 "더구나 침략주의적이고 정복주의적인 태도는 폭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들 젊은 개신교 신자들을 지도한 것으로 알려진 찬양인도자학교 대표 최지호 목사는 봉은사 홈페이지에 사과글을 올리기도 했으며 사과를 위해 봉은사를 직접 찾기도 한 바 있었다.
'봉은사 땅밟기' 사건과 '동국대 선교 행위' 사건에서 이들 일부 보수 개신교인들이 보여준 정서는 대체로 일관되는 듯하다. 이들은 자신들과 믿음의 모양이 다른 타 종교인들에 대해 자기 동일화 잣대를 들이밀며 개종을 강요하는 데에는 익숙했지만, 같은 종교인으로서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믿음을 존중하는 관용의 정신 만큼은 실종돼 있는 상태였다는 점이다. 학내 정각원의 이번 강경 방침에 이들 보수 개신교 신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