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룹홈에 온 날 이었다. 몇몇 아이들을 만났는데 밝게 웃으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밝고 부드러웠던 기억이 난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어떤 한 아이가 들어왔다. 나를 한번 슬쩍 보더니 시선을 피하며 그대로 방에 들어갔다. 몇 분후인가 다시 나오더니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안쓰면서 하는 말이 “선생님 새로 올 거였으면 귀 뜸 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그 아이와 나의 첫 대화 이자 첫 만남 이었다. 집에도 늦게 들어오고 말도 잘 안 들었지만 왠지 싫지만은 않았던 그 아이...매일 아침에 깨워달라고 할 때는 웃으면서 말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집에 들어올 때는 잔소리와 함께 무거운 분위기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할 말이 있다면서 내 방에 들어왔다. 자립을 앞두고 “요리를 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자존심이 센 아이가 처음으로 먼저 이야기를 하고 처음으로 도움을 청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요리학원은 나름 열심히 다녔지만 자격증은 따지는 못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은 너의 인생에 정말 작은 한 시험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그 아이가 자립하여 같이 살고 있지 않다. 가끔 연락을 하면 어려운 상황에도 큰소리만 친다. 걱정이 많이 되는데 왠지 잘 해낼거라는 믿음만은 내 맘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이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내 생각만이 전부가 아니구나” “이 어린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제 서로 각자 잘 해내야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들꽃에서 아이들이랑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 중 이 아이가 내가 처음 거친 사회로 보낸 첫 아이다. 서로가 각자 있는 곳에서 자기 할 일을 충실히 하여 서로 웃으며 만날 날을 생각하니 오늘도 웃으면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