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존재 목적이라고 볼 수 있는 ‘선교’. 그러나 이 ‘선교’를 함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역설적이게도 교회의 존재 방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진단은 충격을 던져줄 만한 대목이다. 13일 오후 연세대 알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김영주)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이 주최한 2012년 에큐메니칼 전국목회자 인문학 심포지엄이 ‘한국교회의 변화는 가능한가’란 주제로 열렸다.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베리타스 DB |
이날 ‘한국교회 선고의 역할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교회의 존재 방식에 의문을 품은 채 "한국교회마다 종탑 위에 표기된 십자가는 기독교 종교의 한 ‘표시판’(crucifix)인가, 아니면 또는(or/and) 주님의 몸으로 산다는 ‘십자가의 삶’(cross)의 결단인가" "한국교회는 이 땅위의 하나님 나라의 구현체로 자부하기에 ‘타자(=세상)를 위한 공동체’로 살아가려는가, 아니면 스스로 존립하는 권력체, 곧 하나의 ‘기독교 제국’(corpus christianum)으로 발돋움하려는가"라 반문하며 강연의 서두를 열었다.
그러면서 다종교 사회 속에서 여타 종교보다 국민들 사이에 그 신뢰도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진단하고는 신뢰 회복에 앞서 더욱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가 진정한 의미의 교회 연합 활동, 즉 올바른 에큐메니칼 운동의 확립임을 확인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 개신교의 경우 말씀선포의 설득력과 신뢰성도 중요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갈라진 교파들 및 기구들 상호간의 불협화음과 교권갈등은 선교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교회가 선교의 효율성을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을 제안했다. 그는 "갈라짐을 비복음적인 이해갈등의 산물이 아니라 한다면, 그것이 ‘다양성 안에서의 하나 됨’이라는 아름다운 자유 민주의 가치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임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복음선교를 위해 찢어짐과 권력갈등을 회개/포기하고 ‘한 지붕 여러 교회’의 형태로 모여 다원화 시대의 바람직한 공동체의 모범을 보임이 효율적 선교의 길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중구난방으로 전개되는 한국교회의 세계선교 양태를 지적한 그는 또 한국교회가 선교사 파송과 관련해 국내외적 연합기구와 긴밀하게 연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교회 파송 선교집단 간의 갈라짐은 모국교회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진출 기업이 현지상황을 사전에 면밀하게 살피고, 시장조사도 하고, 필요한 제도적 법률적 장치도 마련하듯이 한국교회는 세계선교에 관해서 만이라도 인적 양성, 물적 지원, 현지안내교육, 귀국프로그램 등에 있어서 협력하고 조율된 기구와 제도를 만들어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장신대 한국일 교수. ⓒ베리타스 DB |
같은 맥락에서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발제한 한국일 교수(장신대)는 먼저 왜곡된 선교 의식의 근원을 한국교회 신앙의 특징에서 찾아내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그는 △교회 중심적 신앙 △분리된 교회관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의식 △삼자원리의 역기능으로서 개교회주의 △근대화를 동반한 기독교의 강자의식 △평신도에 대한 인식과 역할의 축소 등을 한국교회 신앙의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새 시대에 걸맞은 교회 선교의 새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분리된 교회관으로부터 세상(지역사회)와 함께하고 진정으로 섬기는 함께하는 교회, 선교적 교회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으며,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고 지역사회 교회들과 연합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배타적 신앙관에서 지역사회, 세상과 함께하는 타종교와 공존하는 교회과늘 형성해야 한다"고 했으며 "목회자 중심에서 평신도와 동역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선교’에 있어 교회 존재 방식의 중요성을 갈파한 그는 "주목해야 할 사실은 복음을 전하는 말과 함께 말씀을 전하는 사람, 즉 메신저 자신이 곧 메시지가 된다는 점"이라며 "세상은 우리가 전하는 내용을 들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를 주목하고 보고 있다. 지역사회에 속한 교회의 존재와 매일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선교의 내용이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