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를 둘러싼 일부 회원 교단들의 장외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3의 연합기구’가 탄생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교계 연합 활동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현 한기총 집행부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는 계속적으로 항의 의사 표시를 해오던 예장통합과 백석, 고신, 합신 등 한기총 일부 회원 교단들로 이뤄진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급기야 가칭 ‘한국교회연합회’(이하 한교연) 설립 계획을 밝힌 것. 본래 한기총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목적과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운영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한 교계 여론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계 개혁 그룹에서는 한기총을 둘러싼 기득권 다툼에서 밀려난 일부 세력이 간판만 바꿔단 꼴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대위의 주축이 되고 있는 예장통합측 내 개혁 세력에서도 반대 여론이 비등한 편이다.
▲이명남 목사 ⓒ베리타스 DB |
‘한기총 탈퇴를 위한 예장 대책위’ 이명남 대표회장(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은 최근 동 교단 박위근 총회장과 임원회 앞으로 보낸 성명서에서 "또 하나의 (연합)기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명서에서 이 대표회장은 "현재의 한기총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면 결국은 패배와 분열의 책임을 우리 교단이 뒤집어쓰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한기총의 정상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요구들은 결국 자리 나눠 먹기였고 본질은 똑같은 것이 된다"고 말했다. ‘제3의 연합기구’를 만들겠다는 비대위의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회장은 이어 "지금까지 한기총에서 보여주는 본질적인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중단하고 조급하게 무엇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시간이 가더라도 인내를 갖고 더 기다리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총회가 위임한 사항을 실천하고 그 결과를 올 가을 총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대위의 ‘한교연’ 졸속 출범에 ‘대안’ 없는 연합기구의 탄생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 대표회장은 "언젠가 조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라며 "한기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신학적으로 행정적으로)과 대안 없는 기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3의 연합기구’가 교단적으로 공론의 과정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회장은 "NCCK가 존재하고 한기총도 존재하는 한 또 하나의 기구는 안 된다"라며 "이는 중대한 문제로 교단 총회에서 허락을 받아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 교단 총회에서 임원회에 일임해 준 사항 즉, "행정보류와 상회비 납부유예" 등을 이행하는 선에서 그치고, 권한 밖의 일은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또 직접적으로 박위근 총회장을 향해선 "총회의 허락 없는 이 모임(한교연 출범)의 선거관리위원장을 즉각 사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가 새로 출범키로 결의한 ‘한교연’의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는 예장 대신 김요셉 목사와 기성 이정익 목사가 각각 후보로 등록해 경선을 벌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