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앞에서 ‘구럼비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가톨릭 신자인 이들은 지난 3월 5일, 구럼비 바위 발파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논의한 끝에 국회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3월 6일, 구럼비 바위 첫 발파가 시작된 날부터 시작된 1인 시위는 오늘까지 꼬박 17일째 진행중이다.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10m 간격으로 선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질문에 설명하기도 하고, 비난이 들릴때면 홀로 기도하면서 자리를 지킨다.
왜 국회앞 1인 시위인가를 묻는 질문에 이들은 “이 시위는 국회에 분명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에서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작년 예산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래서 반납해야 할 예산을 불법으로 쓰도록 만든 것에 대해 1인 시위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예산은 엄연히 우리 세금이다. 불법으로 도용한 세금에 대해 청문회에서 물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구럼비 바위를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접한 단 한 사람이라도 기적처럼 마음이 변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서있다 보면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수고한다는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기뻤을 때는 태국 관광객이 ‘미군의 해군기지를 반대한다’면서 고맙다고 말할 때였다. 물론 부정적인 언사들도 있지만 여러 반응들을 눈감고 들으면서 길에 마음을 내려놓는다. 나름대로 사순시기를 잘 보내는 것 아닌가?"라며 소회를 전했다.
▲매일 40배를 이어가는 배루시아 씨. 구럼비 바위를 지켜달라는 호소를 절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
특히 매일 자리에서 40배를 올리는 배 루시아 씨는 “1인 시위라는 단어로 말하지만 구럼비 바위를 지키려는 행동은 애초부터 ‘호소’였다”라고 말하면서, “강정마을 사람들, 구럼비를 지키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제발 살려달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평화를 외치고, 파괴를 멈춰달라고 했지만 결국 묵살된 우리의 호소를 절이라는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기도는 사순기간 내내 이어질 예정이며, 이후 일정은 강정마을 상황에 따라 논의한 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앞 1인 시위에는 사제들도 동참한다. 예수회 최영민 신부가 참여한 어느 날. |
2012년 3월 22일자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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