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현 교수(연세대, 신약학) |
성금요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한 유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서 절정에 이르는 하나님의 침묵에 "하나님의 하염없고 불가사의한 침묵은 길고 긴 역사의 구비구비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나아가 모든 인간의 의구와 분노와 탄원의 계기였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특히 욥의 고난에서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 학살에서나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향해 "이런 항변에 역사 속에서 끝없이 이어져 내려왔다"고 확인하며, 이 때문에 "하나님을 믿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침묵을 그 분의 무력함이나 아니면 그 분이 계시지 않음을 증명하는 신(神) 부재증명으로 파악하고 그 분에게 돌을 던지고 떠나버렸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십자가 사건이야말로 하나님의 침묵의 절정"이라며 "우리는 하나님의 이 절대적이고, 신비로운 침묵을 수학의 방정식 단답을 풀어내듯이 해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이 침묵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 역시 침묵하게 만든다는 사실
이라고 했다.
또 "침묵이 가면 갈수록 하나님에 대한 우리들의 의구와 원망을 증폭시키게 하기 보다는 그 분에게 향했던 우리의 눈길을 자꾸만 우리 속으로 돌리게 만들고, 나아가 하나님의 침묵이 절정에 달했던 한 역사의 시점으로 우리들의 관심을 집중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하나님의 침묵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 그 때 그 곳에서 벌어졌던 불꽃 같은 우주적 사건과 우리들 하나하나 자신들과의 구체적 관계를 질문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유 교수는 "그리스도교는 본질적으로 생명과 행복과 기쁨과 사랑과 평화를 약속하지만, 거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거북스럽고 견딜 수 없는 하나님의 침묵 그 절정의 순간과 장소를 통과해야 한다"면서 "그리고는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끝없이 깨우치며 그 고난에 서린 하나님의 도도한 침묵에 우리의 눈길을 고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유 교수는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가 발견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며 "하나님의 신비스러운 그 침묵은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 그 자체, 그 고난의 의미를 생각하라는 하나님의 언어요, 또한 그 분의 웅변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앙인들이 하나님의 침묵의 이유와 원인을 해명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침묵이 구상해 내는 그 분의 웅변을, 침묵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란 당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