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풍요 잃고 싶지 않은 욕망, 밀양 노인의 미래 앗아가”

이정배 교수, 경험에 비추어 송전탑 건설 문제제기

▲이정배 감신대 교수 ⓒ베리타스 DB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에서 원전 문제와 맥을 같이하는 송전탑 문제에 대한 종교,신학적 성찰이 제시돼 관심을 모은다. 23일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 창립 기념 심포지움에서 이정배 교수(감신대)는 한 노인의 죽음으로 세간에 알려진 밀양의 송전탑 문제를 자신의 경험의 빛 아래서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이 교수는 "(송전탑 건설에 관한)공청회는 토론의 여지가 없는 일방적 통보 수준"이라며 "직접 한전에 가서 주민들과 함께 이의를 제기하고, 직영부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정해진 사항은 요지부동이었다. (한전이)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이름 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송전탑 건설에 관한 한 아무리 투쟁해도 성사될 수 없다는 주민들의 패배감이 늘상 이로부터 비롯한다"고 했다.

하지만 밀양의 경우는 달랐다는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한 노인의 죽음으로 최초로 송전탑 문제가 지역 현안이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부각되었다"며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송전탑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또 한편으로는 삶의 양식을 달리함이 없이 탈핵, 탈원전을 부르짖는 것은 약자의 죽음을 언제든 방조할 수 있다는 윤리, 종교적 성찰의 계기를 남긴다"고도 했다,

송전탑 건설로 하루 아침에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땅 값에 반발해 형제와 더불어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전개하던 밀양의 한 노인은 송전탑이 강행되자 죽음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이에 이 교수는 "한 사람의 기막힌 죽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송전탑의 현실을 들여다보니 그것은 우리의 문제였다"며 "탈핵 문제에 1퍼센트의 지지도 없었던 우리의 현실이 그를 죽였고, 익숙해진 풍요를 잃고 싶지 않은 우리의 욕망이 할아버지의 미래를 앗아갔다"고 했다.

의미를 확장시킨 그는 또 "그의 죽음은 우리의 농촌의 미래, 나아가 이 땅의 비정규직 고통과 잇대어 있다"라며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탈핵과 송전탑, 그리고 노 할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한국 농촌의 미래 나아가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까지를 포함해 함께 치열한 방식으로 공론화 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탈원전은 내 삶과 욕망과 길들여짐과 너무도 깊게 연루되어 있기에 규정하는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밖을 멈추기 원한다면 내 안에서도 멈춰야 할 것이 있음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북한이 모두 핵과 원전을 빌미로 자기 긍정의 과잉을 도모하는 현실에서 종교는 부단히 실제란 어느 하나의 중심만이 아니라, 여러 중심들이 연결된 다중성이 그 본질로 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