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감신대 교수 ⓒ베리타스 DB |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이 교수는 "(송전탑 건설에 관한)공청회는 토론의 여지가 없는 일방적 통보 수준"이라며 "직접 한전에 가서 주민들과 함께 이의를 제기하고, 직영부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정해진 사항은 요지부동이었다. (한전이)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이름 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송전탑 건설에 관한 한 아무리 투쟁해도 성사될 수 없다는 주민들의 패배감이 늘상 이로부터 비롯한다"고 했다.
하지만 밀양의 경우는 달랐다는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한 노인의 죽음으로 최초로 송전탑 문제가 지역 현안이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부각되었다"며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송전탑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또 한편으로는 삶의 양식을 달리함이 없이 탈핵, 탈원전을 부르짖는 것은 약자의 죽음을 언제든 방조할 수 있다는 윤리, 종교적 성찰의 계기를 남긴다"고도 했다,
송전탑 건설로 하루 아침에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땅 값에 반발해 형제와 더불어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전개하던 밀양의 한 노인은 송전탑이 강행되자 죽음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이에 이 교수는 "한 사람의 기막힌 죽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송전탑의 현실을 들여다보니 그것은 우리의 문제였다"며 "탈핵 문제에 1퍼센트의 지지도 없었던 우리의 현실이 그를 죽였고, 익숙해진 풍요를 잃고 싶지 않은 우리의 욕망이 할아버지의 미래를 앗아갔다"고 했다.
의미를 확장시킨 그는 또 "그의 죽음은 우리의 농촌의 미래, 나아가 이 땅의 비정규직 고통과 잇대어 있다"라며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탈핵과 송전탑, 그리고 노 할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한국 농촌의 미래 나아가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까지를 포함해 함께 치열한 방식으로 공론화 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탈원전은 내 삶과 욕망과 길들여짐과 너무도 깊게 연루되어 있기에 규정하는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밖을 멈추기 원한다면 내 안에서도 멈춰야 할 것이 있음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북한이 모두 핵과 원전을 빌미로 자기 긍정의 과잉을 도모하는 현실에서 종교는 부단히 실제란 어느 하나의 중심만이 아니라, 여러 중심들이 연결된 다중성이 그 본질로 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