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28)을 앞두고 도박판을 벌인 승려들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조계종이 발칵 뒤집혔다. 이 동영상에는 지난달 4월 23일 저녁 8시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전남 장성의 한 관광호텔에서 포커 도박을 하고 있는 승려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특히 ㅌ 스님 등 승려 8명은 스위트룸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13시간 동안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
이 동영상은 전북 진안 금당사의 전 주지인 성호 스님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조계종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호 스님은 지난 2010년 33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후보였던 자승 스님(현 총무원장)의 승적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전국 주요 사찰에 뿌린 행위 등으로 2010년 조계종 호법부에 의해 승적을 박탈 당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승려들의 ‘도박 몰카’가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조계종에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의해 촬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조계종 내 교권을 둘러싼 알력다툼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인 면에서 신자들을 계도해야 할 위치에 있는 ㅌ 스님 등 승려들이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다 못해 금전이 오가는 도박판마저 벌인 일은 종교인으로서 품위를 잃은 행위로 이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피할 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승려 도박’ 몰래 카메라 동영상으로 발칵 뒤집힌 조계종의 총무원 간부 6명(총무부장, 기획실장, 재무부장, 사회부장, 문화부장, 호법부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10일 사표를 제출했다.
한편, 검찰은 고발인 성호 스님에 의해 접수된 ‘승려 도박’ 사건을 1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허철호)에 배당,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