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이형기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가운데). 좌측에는 가톨릭대학교 신정훈 교수, 우측에는 아시아기독교협의회 박성국 국장. ⓒ베리타스 |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나아가 바티칸까지 참여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한편, ‘선교’ 자세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마련해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다종교 사회에서 그리스도인 증언’(2011년, 방콕) 문건이 갖는 의미가 한국교회 차원에서 재해석되는 장이 열렸다.
17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강의실에서 열린 제12회 한국그리스도인 일치포럼에서는 위 문건이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종교간 대화’와 ‘선교 사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논해 이목을 끌었다.
먼저 기조 강연을 한 이형기 박사(장신대 명예교수)는 "여기 모인 그리스도인들과 이웃종교의 사람들은 향후 본 문서를 우리 한국적인 다종교사회에 적용하는 종교간 대화 지침서를 작성하고, 향후 이를 바탕으로 종교간 대화를 통해 복음전도의 현장과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현장에서 그리고 창조보전의 현장에서 상호간에 연대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본 문건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복음원리를 가지고 해석하고 선포하는 것"을 교회의 본질이라고 한 점, 초석을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증인들 위에 계신 으뜸 증인이시다"라고 한 점에 대해 "그리스도교 신앙의 확고부동한 정체성과 고유성과 특수성을 주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원사회에서의 복음 증언을 위한 원칙들로 △종교와 신앙의 자유 △상호 존중과 연대 △모든 인간들에 대한 존중 △거짓 증언을 그만두기 등의 4가지 항목의 중요성을 확인한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 문서가 바티칸과 WCC와 WEA가 공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그리스도교 신앙내용을 전제하고 있다고 하는 점"이라며 "우리는 이것을 ‘초석’과 ‘원칙들’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바티칸과 WCC 그리고 WEA가 본 문서에 천명된 신앙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다문화 다종교 다 이념의 공동체들과의 대화 뿐만 아니라 정의와 평화문제와 맞물려 있는 환경문제의 이슈들에 관하여도 계속해서 에큐메니칼 대회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티칸과 WCC 그리고 WEA가 "‘다문화 다종교의 인류공동체’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그리고 ‘다양한 생명공동체들의 지구공동체’(the earth Community of diverse life communites)의 생태학적 정의와 평화를 위해 다원사회에서의 복음증언과 대화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12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이 17일 늦은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강의실에서 열렸다. ⓒ베리타스 |
이어 본 문건에 대한 이형기 박사의 개괄적인 평가 및 과제에 이어 한국 천주교와 한국 개신교 차원에서의 응답이 이어졌다. 신정훈 교수(가톨릭대학교)는 본 문건에 덧붙여, 한국의 사회 맥락을 고려해 △종교 간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쌓아 가는 것 △공동선의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그리스도교 내부에서 이웃 종교를 무시하며 일방적인 복음 선포에 의존하려는 자세 교정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특히 "교회의 사명은 결국 타자와 관계를 맺으며 그들을 이웃으로 인정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제시하는 데에 있다"며 "그들을 이웃으로 삼지 않고서는 그들에게 복음을 그 품위에 합당하게 선포할 수 없다. 고립된 관계 안에서 교회는 복음 선포라는 자신의 사명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웃과의 관계와 교회의 복음 선포가 비례 관계에 있다는 점도 부연했다.
신 교수는 끝으로 "이웃 종교와의 관계 형성이 상황에 따라 전술적으로 이루어 진다면, 즉 복음 선포의 기회가 나쁠 때는 연대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배타적 자세를 취한다면, 종교 간 관계는 결코 교회의 근본적인 입장이 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교회의 비본질적인 부분에 머무르고 말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한국교회 차원의 응답에 나선 박성국 국장(아시아기독교협의회)은 "‘종교간의 대화’ 혹은 ‘종교간의 협력’ 등의 연합과 일치 뿐만 아니라 종교간의 교류(Interfaith)의 차원이 하나의 외부적인 별도의 행위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실제의 삶의 현장에서 다 종교 간의 어우러짐의 삶의 현장에서 각기 종교와 신앙이 표현되어야 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는 대화와 협력 등의 행위들은 자기 자신의 신앙에 기초하지 않고서는 상대의 종교에 대한 예의도 존중도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1910년 에딘버러 선교대회의 구시대의 선교 패러다임의)이론적인 접근, 인식론적인 접근에 의한 대화로서 이론이나 모델 혹은 ~주의 등과 같은 ‘꼬리표’를 달지 않고서도 실제의 삶을 통해 각기의 종교를 증거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