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
한기총이 KNCC의 회원교회들도 같은 신학노선이라고 말한다면 이 문제는 생각 나름에 따라 심각한 문제인데 더욱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한때 로마가톨가 개신교를 이단이며 참교회(true church)가 아니라고 치부한 것과 유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한기총의 지도인물들과 회원교단들이 종교다원주의라는 말로 KNCC 교회들을 그렇게 간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KNCC 측에서 WCC가 종교다원주의도 아니고 용공단체도 아니란 것을 잘 설명해서 발표했지만 그것을 그대로 한기총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 상 싶다. 그러나 필자가 그것을 되풀이하여 한기총의 오해를 풀어보려는 생각은 없고, 다만 한국개신교의 일치와 선교사업의 협력과 크게는 한국민족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피력할 뿐이다.
오늘 이 시대의 특징을 과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를 정의하는 것이 있지만, 대한민국이 처한 오늘의 상황은 ‘국가의 민주화정치의 정착과 함께 경제적 발전을 이룩한 이때 남북통일시대를 개척해 갈 민족적 중대한 사명을 가진 현실’이어서 한국의 모든 민족적 역량이 민족사회의 일치와 화합에 총동원되어야 할 때이며, 이에 한국기독교계의 일치와 화합이 솔선수범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WCC가 종교다원주의냐 또는 자유주의 신학이냐, 또는 용공단체이냐 하는 신학적 또는 교계적 문제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 일어나서 교계신학 잡지나 언론에 서양편의 이론논쟁이 있다가 끝난 문제였는데, 이제 다시 고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케케묵은 문제의 제기로만 보인다. 1971년 WCC가 러시아의 정교회를 WCC 회원교단으로 수용했다해서 보수주의 편에서 WCC와 함께 한국의 NCC 가입교단들을 향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 때 종교다원주의 사상을 반영한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논리를 전개한 총회신학대학의 교수와 그의 논리의 지나친 단순성을 비평한 감리교신학대학의 B교수 사이의 논쟁이 기독교서회의 「기독교사상지」에 몇 달 동안 연재되어 진지한(심각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이 논쟁이 끝난 후 동지의 편집부는 필자에게 그 논쟁을 결론적으로 총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기고한 바가 있었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라는 명제는 교회 역사상 정통교회를 자처한 교회들이 즐겨 내세웠던 것인데 로마가톨릭교회와 희랍정교회 사이에 「교권 수위권」 문제를 가지고 중세기 내내 다투다가 1454년에 결국 양교회가 완전히 분열되었다.
로마교회측은 베드로의 사도권 계승을 고집하였고 희랍교회는 비잔틴 교회의 사도적 정통교리의 계승을 고집하였다. 그러나 로마가톨릭교회가 다른 교파나 교회를 참교회(true church)가 아니고 로마교회만이 참교회여서 구원이 있고 다른 교파에는 구원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16세기 이후 개신교도 구원이 없는 교회로(이단) 간주하였다. 그러나 로마가톨릭교회의 이 완고한 교만이 1948년 제2바티칸공회 때 부정되고 모든 교회가 다 「참된 교회」라고 천명하고 일치와 협력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에 제네바의 WCC 본부를 방문하여 친선과 협력을 도모하였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라는 말은 옛날에 기독교 안에서 교파들이나 신학자들 사이에서 주고받던 문제였지만 오늘날에 말하는 종교다원주의는 교회 밖에 다른 종교를 겨낭한 것도 된다. 오늘날 한국의 보수파 교회나 한기총이 종교 다원주의를 정죄할 때 타교파와 타종교를 아울러서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점이 애매한데 한기총은 그것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 싶다. 그리고 종교다원주의도 타종교를 부정하지 않고 그 종교 자체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입장이면서도 기독교의 구원은 타종교와 다른(not same) 유일무이한 것이라는 기독교의 정체성을 견지하는 입장에 있다. 타종교에도 기독교와 같이(like)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반 불신자들이 가지는 견해일 것이다.
어떠한 종교이든 간에 극단의 보수주의 또는 근본주의는 이 시대를 민주화시대라든가 세계화, 또는 다른 지구촌시대라는 변화와 패러다임을 고려하지 않는 도그마주의에 빠진다.
한국에서 신학적인 관심이 가장 많은 교파는 칼빈주의의 장로교 또는 개혁주의 교회들이고 따라서 분열도 많아 한국의 기독교의 위상에도 책임이 크다. 특히 교계의 연합기관이나 단체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 없이는 존립될 수 없는 것이어서 근본주의적인 독선이나 교만은 금물이다.
한국의 한기총이 2014년에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의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는데, WEA는 WCC와의 관계를 호전시켜 선교사업과 기타 평화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있는데, 한기총이 WCC를 신학적으로 비난하고 그 총회의 한국개최를 반대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이다. 한기총의 이러한 움직임은 WEA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 것이다. 한기총의 이러한 움직임이 참으로 신학적인지 아니면 정치적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2014년의 WEA 총회 한국개최가 평화롭게 되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