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
그러나 이러한 ‘세계화’를 강요받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의 사정은 다르다. 그들은 약속대로 부를 얻기는 고사하고, 매일 땀 흘려 일하지만 삶의 수준은 도통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세계화’는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쯤되면 이 같은 질문이 터져 나올법하다. “세계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세계화가 목표하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세계화 나쁜 세계화』(지은이 레베카 도드 피터스/ 옮긴이 방연상·윤요한/ 새물결플러스)는 이러한 질문에 하나 둘씩 답변을 해 나간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엘론 대학교의 조교수인 저자는 현재 세계화의 흐름을 네 가지 패러다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자본주의적인 신자유주의, 개발주의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운동으로서 환경주의, 탈식민주의가 그것이다. 그는 각 패러다임의 역사와 그 경제적, 윤리적 영향을 자세히 설명하며 또 각 이론에 질문을 던지며 그 이론들의 윤리적 실체를 드러낸다.
또 각 이론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멈추지 않고, 더 좋은 세계화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를 보여준다. 이와 관련, 저자는 특히 신자유주의와 개발주의로 대변되는 세계화 비전에 대한 저항으로 전개되고 있는 ‘환경주의’와 ‘탈식민주의’를 주목한다.
전자에서 환경주의자들은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에 기초해 지배와 피지배를 나누는 위계론적 이원론에 저항, 인간과 생태계의 위계적이고, 지배적인 관계를 상호의존적이고 정의로운 관계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 환경주의 지지자들은 사람들이 물질적 부와 그것이 만족을 줄 것이라는 환상보다는, 타인의 존엄과 안녕, 환경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세계로 변화하는 것은 바로 상호성과 정의, 지속가능성을 통해서라고 주장한다.
후자에서의 탈식민주의 지지자들은 주로 빈곤한 사람과 시민권을 박탈당한 사람, 세계화의 지배적 형태인 신식민주의의 실천이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파괴한다고 느끼는 사람과 그들의 협력자로 이뤄진다.
저자에 따르면, 탈식민주의 이론은 개인의 목적과 집단의 목적이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이데올로기적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삶에 대한 비전은 세계의 모든 공동체와 문화가 동등하게 가치 있고 진정한 것으로 존중받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오늘날 지배적 형태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운동의 특징을 살펴 본 저자는 그러나 오늘날 ‘세계화’에 수반된 문제에 단순한 ‘해결책’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는 다만 "지배적인 세계화 형태가 초래한 파괴적인 불평등과 환경악화는 다음의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며 "그것은 지구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세계적 엘리트의 지속 불가능한 습관과 생활방식뿐 아니라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세계화의 경향과 실천을 계속 검토할수록, 우리를 새로운 미래로 향하게 하는 대화에 많은 민중의 목소리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힘써야 한다"며 "좋은 삶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모든 창조물을 위해 정의를 구현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값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