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교회개척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그의 거취는 해수로만 3년째 세인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가 계속해서 기독교계의 이슈로 떠오르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먼저 그가 스타목회자였다는 사실이 한 이유입니다. 그는 삼일교회 시무 당시 신도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습니다. 비단 삼일교회뿐만 아니라 타교회 젊은이 사이에서도 그의 인기는 높았습니다.
두 번째로 그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입니다. 목회자의 성추문은 무척 민감한 사안입니다. 더구나 성추문의 장본인이 스타목회자였다는 사실은 사건의 폭발력을 무한대로 증폭시켰습니다. 더욱이 그가 저지른 성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이 제대로 적시되지 않았고, 그래서 그의 행적은 논란의 불씨가 됐습니다. 또 삼일교회 사임 이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목회재개를 선언해 논란을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전병욱 씨의 목회재개가 과연 그와 그를 따르는 추종자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 말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의 교회개척은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모순들의 총집합입니다.
그의 성추문 의혹이 처음 불거진 시점은 2010년 9월이었습니다. 만약 이때 삼일교회 측이 그의 범죄사실을 제대로 규명했다면? 그리고 삼일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교단이 그에 대해 적절한 징계를 내렸다면? 답은 자명합니다. 그는 목회재개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즉 그의 새교회 개척은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결과물입니다. 흡사 친일파나 5공 세력이 단죄되지 않은 탓에 보수정권이 들어서자 이들이 제 세상 만난 듯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무엇보다 삼일교회 측은 처음부터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전병욱 씨는 성범죄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기 직전 안식년에 들어갔습니다. 이때 교회 측은 이른바 '저수지 교회' 사역을 위해 안식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후 이뤄진 언론보도는 교회 측의 발표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언론보도는 그가 3개월 설교정지 6개월 수찬정지의 징계를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결국 안식년은 징계를 위장하기 위한 꼼수였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언론보도 이후에도 교회 측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일체 공개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또 변호사를 기용해 그의 성추문이 미칠 파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몰아갔습니다. 신도 80명의 교회를 2만의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공로가 있는 목사라는 이유를 내세워서 말입니다.
평양노회 역시 그의 치리에 대해 결연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목회자에 대한 권징은 교회의 상위기관인 노회의 권한입니다. 삼일교회는 2010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전병욱 씨를 사임시키고 이듬해인 2011년 4월 '2년 간 목회금지, 2년 후 수도권 목회금지'를 뼈대로 하는 청원을 상위기관인 평양노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평양노회는 이를 반려했습니다. 노회 측이 전 씨의 입장을 수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 씨측은 고영기 전 평양노회장을 통해 "2년간 목회금지나 수도권 목회금지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고, 노회측은 이를 수용했습니다.
평양노회가 의결을 미룬 또 다른 이유는 "한 목회자의 생명이 달린 중요한 문제"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삼일교회 측이 전병욱 씨에 대한 치리를 미룬 이유와 동일했습니다. 노회는 통상적으로 목회자, 특히 성공한 목회자에겐 관대한 입장을 취합니다. 신도수 많은 교회가 많을수록 기득권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평양노회의 전 씨에 대한 미온적인 치리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려했던 교회 측의 조치는 결과적으로 전병욱 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교회가 앞장서서 사건을 축소해주니 자신은 목회재개만 신경 쓰면 될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교회 측은 뒤늦게나마 제직회를 열어 그의 범죄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만약 그의 교회개척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현재 삼일교회와 새교회는 전병욱 씨가 2년간 목회금지를 약속했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를 갖고 옥신각신합니다. 이 같은 갈등은 사실 노회측이 초래한 측면이 강합니다. 즉 노회 측에서 전 씨의 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 탓에 이 같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 예장합동 교단 역시 전 씨의 개척에 따르는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교회 측이 결연한 의지로 사건의 실체를 명확하게 규명하려 했다면, 그리고 교단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그를 치리했의했다면 지금 같은 볼썽사나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처음의 문제의식으로 되돌아가봅시다. 전병욱 씨의 교회개척이 단순히 그의 개인적 성향과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신도들만의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초기부터 사건을 축소하려던 삼일교회 측과 전 씨에 대한 치리에 미온적이었던 교단 모두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회개하지 않는 목회자,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교인, 충격파를 의식해 목회자의 범죄를 가리는데 급급했던 교회, 성공한 목회자를 떠안고 가려했던 예장 합동교단....전병욱 씨의 개척은 이 나라 개신교가 안고 있는 모순의 종합 선물세트입니다.
글쓴이/ 시사매거진 기자 지유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