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목사(연동교회) ⓒ베리타스 DB |
개신교 성직자 복식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바닥을 치고 있는 개신교 성직자의 위상의 회복과 관련해 오늘날 목회자들이 복식을 갖춤으로써 ‘신비감’(Mystery), 거룩성과 권위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17일 한국교회발전연구원(원장 이성희 목사)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한 이성희 목사(연동교회)는 "다른 종교에 비해 개신교의 호감도가 낮은 이유 중의 하나는 개신교 성직자의 삶이나 인품이 다른 종교 성직자의 그것에 비해 경건성이 현저히 낮으며 그 중의 하나가 성직자의 외모와 복식이 성직자로서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 성직자의 복식을 성직자 위상 회복의 한 요인으로 본 그는 먼저 "성직자의 복식은 성직자의 거룩성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직자 복식 등의 문제가 개신교 내에서 이제껏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이유가 "성직계급을 부인한 개신교신학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신자들을 가르치는 교회와 듣는 교회로 나누는 로마교회의 교리와 차별화해 ‘만인제사장설’을 따르는 전통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목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의 성직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바른 제사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자이며 모범을 보이는 자이며 스스로 바르게 수행해야 하는 자"라며 "거룩성이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그리스도인이 거룩해야 하는 당위성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현재 개신교 성직자의 복식은 평신도들과 전혀 구별이 없다"며 "성직자의 거룩성 회복은 평신도의 거룩성 회복을 유도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교회의 거룩성 회복을 앞당길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 목사는 또 성경이 말하는 의복이 권위의 상징임을 확인했다. 그는 "제사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권위를 의복이 표현한 것"이라며 "제사장이 권위를 상실하면 제사장직에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제사장이 그 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걸맞은 권위의 상징들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분하며 "어느 공동체이든 그 공동체를 건강하게 세우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예수가 당대 유대적 권위주의를 배격하면서도 예수 자신은 항시 권위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 주목했다.
▲주승중 교수(장신대) ⓒ베리타스 DB |
끝으로 미래학자들의 견해를 분석한 이 목사는 고대사회 패러다임의 핵심인 ‘신비감’이 오늘날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재현되고 있다며 여러 원인들이 있겠으나 현대인들이 교회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로 "교회의 신비감 상실"을 꼽았다.
이 목사는 "‘신비’가 패러다임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포스트모던 사회를 지나는 한국교회는 교회와 성직자의 신비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실제적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며 "성직자 복식도 이런 맥락에서 우리 모두가 신중하게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과제"라고 역설했다.
이어 주승중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예배 설교학)는 성직자 예복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역사적 고찰을 했다. 주 교수는 그간 개신교회가 언어, 즉 ‘말씀’만을 유일한 의미 전달 도구로 여겼던 기존 목회적 사고를 재고하고, 또 다른 소통의 코드로 ‘상징’과 ‘이미지’를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21세기 교회가 포스트모던 시대 중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이미지’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뒤쳐져선 안된다고 했다.
주 교수는 특히 구약성서에서의 성막과 성전의 예배가 "상징적인 공간 사용" 그리고 "거룩한 예식"과 "거룩한 직분"으로 특징지워져 있음을 확인하며 이 같은 성전(막) 예배의 개념들이 "그 발전과 과정에 있어서 구약의 성막과 성전예배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또한 현재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제사장의 옷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자문한 주 교수는 구약적 개념에서의 희생제사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점을 먼저 확인했다.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가 단번에 희생제물로 자신을 바쳐서 하나님께서 만족하셨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오늘의 목회자들은 비록 구약적인 개념에서의 제사장은 아니지만, 또 구약적인 의미에서의 희생제사를 드리는 제사장은 더 이상 필요 없지만 오늘도 제사장의 직능을 감당해야 할 책임을 가진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제사장 직분을 감당할 때 그 직분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예복의 필요성을 제기한 그는 "여기에는 목회자의 우월주의를 정당화하거나 예복을 입은 사람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오늘날 목회자들이 왕 같은 제사장의 직분을 감당함에 있어서 그 직분을 드러내는 예복을 입고 예배를 인도하고 성역을 감당해야 함이 마땅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