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성범죄 대응책에 사회 지도층의 범죄는 고려되고 있는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목사, 한겨레 기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 ⓒ베리타스 DB
(아동)성범죄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사회 지도층의 성범죄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는 지난 5일 한겨레 ‘야! 한국사회’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나주에서 일어난 (아동)성폭행 사건이 전국민의 폭발적인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고, 방문 직후 불과 나흘만에 경찰은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경찰은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 범죄 전력자를 점검하고 음란물 단속 등을 강화할 것이며,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심지어는 거리 불심검문을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종합대책은 "임시변통이며 이벤트성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전담 전문인력 양성을 어떻게 하는지의 문제라든가, 성범죄 사건의 자료화 및 원활한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문제라든가, 사건 직후 현장 대응 매뉴얼이라든가, 이제까지 문제로 지적된 것들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안 등이 이 대책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덧붙여, "아동성범죄가 더 빈번히 발생하는 취약지역에 대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대책 또한 마련했어야 했다"고 했다.

경찰과 더불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성범죄 대응책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목사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추가 설치나 이른바 ‘화학적 거세’ 같은 기술 중심의 대책은 종합대책으로 보기엔 너무 국소적"이라며 "성범죄를 조장하는 문화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특히 정부의 대책들이 사회 부적응자들만을 겨냥하고 있다며 "사회 지도층에 의해 자행되는 성범죄에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탈자들의 범죄는 사회적으로 공분의 대상이 되지만, 사회 지도층의 권력형 성범죄들에 대해 사람들은 한편에서는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선망한다. 즉 사회 지도층의 범죄는 문화 형성적 요소가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어느 대형교회 목사의 성추행 행각을 예로 들었다. 김 목사는 "어느 대형교회 목사가 교인들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해왔다는 사실이 들통나 담임목사직을 사임한 사건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교회 지도자들은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고, 과실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막대한 전별금을 주었다. 그리고 1년이 못 되어 그는 멀지 않은 곳에 버젓이 새 교회를 설립했고 그의 전력을 잘 아는 이들 수백명이 그 교회를 찾아갔다"고 했다.
 
결코 가벼운 죄목이 아닌 성범죄를 저지른 이 목회자에게 여전히 일부 교인들이 호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그는 "성공한 자를 선망하는 사람들은 그가 저지른 범죄조차도 관대하게 받아들인다"며 "그리고 이것은 성범죄가 얼마나 나쁜 범죄인지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교란시키며, 심지어 모방욕구를 야기하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니 성범죄 근절 대책에서는 문화 형성적 요소를 다분히 갖고 있는 사회 지도층의 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응책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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