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교회협)가 25일 한가위를 맞아 국민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발표했다. 교회협은 먼저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과 교회에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며 "이번 명절의 귀성객들이 고향 교회를 방문한다면 큰 위로가 될 것이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신앙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미자립 교회들에게는 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교회협은 또 아동 성폭력, 잔혹 살인,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폭력 등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으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눅 10:27)는 가르침을 소홀히 한 한국교회의 선교 자세를 아프게 회개한다. 교회가 사회를 위해 기도하지 않고 자기 성취와 확장에만 관심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흉악 범죄 예방 차원에서 범죄자들의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범죄자 사형집행에 관한 한 "효과적인 대안인지는 좀 더 깊은 논의과정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모두 죽음으로부터 용서받은 죄인이며,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께 속해 있기에 어떤 이유로도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라의 위정자들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특히 대선과 관련해 교회협은 "이번 선거 과정 자체가 민주적인 축제로서 우리 사회의 격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겸손하게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미래를 향해 손잡고 나아갈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대선 후보들을 향해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것을 권고했다. 교회협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성서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난의 길을 걸어온 한국교회는 역사바로세우기에도 관심하고 있다"며 "과거와 분리된 미래는 있을 수 없기에 우리는 역사에 대해 바른 인식을 지닌 지도자를 원한다. 우리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우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희망의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가위를 맞아 같은 민족인 북한 동포들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교회협은 "이념과 정치를 떠나서 굶어 죽어가는 형제자매들을 외면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식량은 생명이며 생명은 그리스도의 복음이다. 우리가 누리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명절의 기쁨이 우리의 정성과 기도를 타고 북녘 땅에도 전달될 수 있다면 평화의 주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전면 차단했지만, 교회협은 중국 애덕기금회를 통해 총 세 차례에 걸쳐 굶주린 북한 동포들에 밀가루 등 식량 지원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