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손봉호] 이웃과 약자를 위한 자발적 불편운동

손봉호·고신대 석좌교수

우리사회는 법질서와 윤리의식이 부족합니다. 질서를 이야기 할 때 약육강식을 막기 위해서 도덕 윤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약육강식이 뭡니까? 약한 자의 고기를 강한 자가 먹는다는 것 아닙니까? 질서가 없어지면 약자가 피해를 봅니다. 교통질서가 깨지면 큰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만 이익을 봅니다. 그러나 걸어 다니는 사람, 노인들, 자전거 타는 사람은 길에 나올 수 없습니다. 교통질서는 모든 사람을 위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약자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법질서, 윤리 이쪽은 상당히 뒤져 있습니다. 개발지수는 세계에서 15번째인데 투명지수는 43번째입니다. 이것은 32위인 아프리카 보츠와나보다 못한 것입니다. 투명지수를 부패인식지수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최근에 부패가 늘었다고 하는데 52.6%가 인식한다고 합니다. 공직사회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54.1%에서 56.7%로 상승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 부패해질 것이란 질문에는 17%에서 27.3%로 상승했습니다. 다른 데는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부패에 있어서는 참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기독교인인데 사회적 질서가 후퇴하고 있으니 참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사회의 갈등지수가 높은데 삼성경제연구소는 사회갈등 때문에 3000조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평균 생활만족도가 110개국 중 104번째라고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6번째로 불행한 나라입니다. 잘못 조사한 게 아닌가했는데 다른 결과도 비슷합니다. 어떤 조사에서는 36개국 가운데 24위로 행복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자연이 우리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경우가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사람을 못살게 굽니다.

이런 상황을 우리가 예견했고 옛날에도 상황이 나빴기 때문에 1987년 기윤실이 생겨, 검소?절제하자고 하고, 불매운동도 하고,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우리 사회는 더 나빠진 것 같습니다. 근데, 최근 더 심각한 것은 교회입니다. 교계는 가면 갈수록 부패하고 있습니다. 기윤실이 시작할 때만 해도 교회는 그렇게 부패하지 않았는데, 지금 한기총 사태 등을 보면 정말 부패했습니다.

이번에 우리 기윤실이 ‘자발적불편운동’을 전개하는 것을 보고 참 기뻤습니다. 이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불편하게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합법적으로는 더 편리하게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불편하게 살자는 것이다. 고린도전서 9장 12절 한 구절만 읽겠습니다.

“다른 이들도 너희에게 이런 권리를 가졌거든 하물며 우리일까보냐 그러나 우리가 이 권리를 쓰지 아니하고 범사에 참는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아무 장애가 없게 하려 함이로다“(고전 9:12)

배경은 여러분께서 아실 것입니다. 사도들이 사역을 하면서 대가로 사례를 받아 생활하는데, 바울 사도는 나도 그럴 수 있고, 성경도 그리하라 이야기 하는데, 나는 그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특징입니다. 빌립보서 2장에 보면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등인데, 그 권리를 포기하고 종의 형태로 오셨습니다. 이게 주님의 모습이었고 바울도 비록 작은 일이지만 자기는 얼마든지 사례를 받아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 ‘자발적불편운동’입니다. 누구를 위해서 입니까? 이웃을 위해, 약자를 위해, 그리고 바울처럼 그리스도를 위해서입니다. 이건 이 세상의 오늘 논리와 완전 다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자기 잘되려고 사는데, 그래서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라는 말이 성경에 나옵니다.

제가 그래서 지하철 탈 때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타지 말고 계단으로 다니자고 했습니다. 그래야 그런 시설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 사람이라도 적게 타면 됩니다. 젊은 사람들은, 예수 믿는 사람들은 좀 그럽시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이 세상 사람들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고, 자발적으로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미워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존경할 겁니다. 그리고 부끄러워 할 겁니다. 저 사람들 하는 것을 보니까 하나님이 위대하다, 우리도 그 하나님을 믿고 따라보자 할겁니다. 자연스레 전도가 되지 않겠습니까? 바울 사도가 한 사람이라도 그리스도인으로 만들기 위해 자기 권한을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전혀 비도덕적이지 않으면서 우리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포기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9장 16절에서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마땅히 이렇게 자발적으로 불편하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 앞에서는 하나의 ‘의’입니다.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정의입니다. 성경은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이 정의라고 했습니다. 정의를 행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의무입니다.

이제는 더 잘 먹고 잘 살자는 운동 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 돕자는 운동해야 합니다. 좀 미친 사람으로, 교회에서도, 사회에서도 좀 미친 사람으로 사십시다! 그러면 하나님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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