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예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현대에 와서 크게 조명된 적이 없었던 조선 왕실의 서예가 첫 선을 보인다. 조선시대 왕실 서예의 흐름은 물론 당대 서예사의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신대학교 박물관은 11월 16일부터 25일까지 수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신대 한국사학과 금석문연구회 주관으로 제29회 탁본전람회 ‘조선 왕실의 서예’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특별전에서는 숙종·영조·정조·순조·고종 등 역대 왕들이 남긴 금석문 글씨와 조선시대 문화와 예술을 선도한 왕실의 왕자·왕손·부마·훈척의 글씨가 선별 전시된다. 조선의 왕은 물론 왕자와 사위, 친척들의 글씨까지 함께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조의 열두 번째 아들인 이영(李瑛)의 묘비인 인흥군 이영 신도비(仁興君 李瑛 神道碑) 등 비석 2종류와 묘역 안 성물에 씌어진 글씨 5점 등 총 7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비문은 당시 서인(西人)의 영수였던 송시열(宋時烈)이 지었으며, 글씨는 이우가 직접 썼고, 안진경체를 가미해 단정하고 획이 두터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 선조의 열 번째 왕자인 인흥군의 묘역은 뛰어난 서예가였던 아들 낭선군(朗善君) 이우(李俁)를 비롯한 명가들의 작품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동양위(東陽尉) 신익성(申翊聖)이 쓴 율곡 이이 신도비 등 탁본 자료 40여점이 전시된다.
이세영 한신대학교박물관장은 “500년 ‘조선왕실의 서예’ 특별전은 조선시대 왕실의 문화와 예술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