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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태 칼럼] 종교개혁세미나의 루터비판에 대하여

손규태·성공회대 명예교수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2012년 11월 16일에 열린 종교개혁 기념 세미나에서 발표한 두 분(한인철, 류장현)의 글을 (전문을 다 보지 못하고) 신문에서 읽고 간단한 논평을 낸다. 한교수에 의하면  첫째는" 존재와 행위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존재와 행위 사이에 시간적 거리를 허용한 것이었다. 한교수의 비판요지는 루터가 지나치게 신앙만을 강조하고 행위를 강조하지 않아서(예 야고보서에 대한 루터의 비판) 존재(믿음)과 행위를 분리시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의 비판은 선한 믿음(존재)이후에 실천을 요구한다면 거기서 생기는 시간적 거리로 인해서 행위가 늦어지거나 전혀 행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루터가 행위보다 믿음을 강조한 것은 일차적으로는 가톨릭교회의 행위신앙 혹은 공로주의를 비판한데서 출발한다. 말하자면 토마스의 자연과 은총의 종합도식에 근거한 업적신앙을 루터는 비판하고 하나님의 은총만으로 구원받는 것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그는 인간의 존재(믿음)과 행위를 분리시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복음)이 선행하고 거기에서 오는 감사로서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성서가 말하는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비유나 달이 빛을 내는 것은 태양의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것(에밀 부룬너)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태양 빛을 받은 달은 동시에 그 밫을 반사하는 것과 같이 존재와 행위 사이에는 존재와 행위 혹은 존재와 행위 사이의 시간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필자는 루터의 은총중심 신학을 오늘날 자본주의적 공로(행위) 중심적 사회에 대한 대칭점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은총은 공로, 즉 업적주의를 배격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지향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공로중심의 자본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사회주의적 공동체 원리를 제시한다. 오늘날 공로와 맘몬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하나님의 은총과 사람들의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사회 즉 공로나 업적 없이도 같이 살아가는 복지사회 즉 사회주의적 사회가 바로 루터의 신앙과 은총우선의 원리에 기초하는 것은 아닐까? 여기서 종교개혁은 바로 뮌처가 지향한 사회개혁과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오늘날 종교개혁의 기본원리인 믿음과 은총을 바르게 해석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그 다음 발표자가 루터비판하고 있는 " 신앙을 지나치게 강조해 믿음과 행위를 분리시켰다는 점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을 개인의 영혼구원으로 축소시켰다는 점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만을 지나치게 강조,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무관심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같은 원리로 답하고자 한다.
 
차제에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사상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를 통해서 부르주아적 개인주의(구원)와 업적주의(물질만능주의)에 떨어져 있는 한국의 개신교회들의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렇게 할 때 루터를 무작정 숭배하거나 그의 가르침을 교조화 하는 데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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