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교회가 권력화 될 때 개혁의 대상 되는 것”

성공회 서울교구 제5대 교구장 김근상 주교 인터뷰

카톨릭과 개신교의 틈바구니 속에서 초대교회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제도화되고, 권력화되지 않으려고 몸부림 쳐 왔던 대한성공회. 지킬 것은 지키고, 개혁할 것은 개혁해 온 이 성공회에 얼마 전 리더십의 교체가 있었다.

지난 15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제5대 교구장으로 취임한 김근상 주교(57). 그는 취임사에서 “교회는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삶을 누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교회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교회는 세상 질서를 거슬러 인간과 세계를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시키고 하나 되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로부터 신임을 잃고 있는 한국교회의 갈 길을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김근상 주교의 취임에 교우들은 환영의 입장을 표하며 그가 지고 있는 교회의 교회 다움을 향한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지려고 하고 있다. 

설연휴를 마친 28일 서울 정동 대성당을 찾아 김근상 주교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교회가 권력화될 때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교회가 대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성경의 말씀대로 (권력을) 비우고, 내려놓는 일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323년 로마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를 국교화시킨 것에 “혹자는 말하기를 교회의 보편화, 교회의 승리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독교의 국교화는 기독교의 본질을 가장 훼손시킨 치명적 사건이었다고 본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이밖에도 김 주교는 교회 및 사회의 갈등 해소 방법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성공회 신학이 깊이 배어있는 성공회 고유의 제도적 장치 ‘모라토리움’을 설명, 참는 미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지난 15일 취임한 서울교구장 김근상 주교. 그는 교회의 교회 다움을 위한 짐을 교우들과 함께 지려고 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얼마 전 서울교구장으로 취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주교 승좌 당일 마치 성직생활 초기 사제서품을 받을 때와 비슷한 긴장과 감동을 느꼈다. 취임사에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주교직 수행은 내 힘으로만은 불가능하다. 이 주교직은 다양한 선교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여러 성직자들 그리고 교회를 위해 묵묵히 기도하는 교우들과 함께라야만 수행할 수 있는 직분이라고 생각한다”

- NCCK 가입 교단인 성공회는 그동안 교단간 연합활동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며 교회일치운동에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에큐메니컬 운동에 있어 타 교단에 비해 성공회가 가진 강점이 있다면.

“교회일치운동은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나가 되는 것’(에베소서 1장)이란 대 전제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성공회의 역사와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데 현재 세계 성공회협의회(ACC) 자체가 하나의 특정한 교단이라기보다 교회일치운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 일치운동이 현재 한국 땅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교단의 신앙 양태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되면서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회는 진정한 연합운동의 순수성을 잃지 않으려고 여태껏 몸부림쳐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성공회는 로마카톨릭에서 보면 이단아. 개신교측에서 보면 옛 교회를 벗어나지 못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교회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성공회는 옛 초대교회의 귀한 전통은 계승하되 또 앞으로 추구해 나갈 것에 있어서는 두려움 없는 개혁적 사고를 가지고 전진해 온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성공회의 특징이자 강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성공회는 리폼드 처치(Reformed Church)가 아닌 리포밍 처치(Reforming Church)라고 할 수 있다. 리포밍. 성공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바뀌어지려는 그 속성 때문에 옛 것과 새 것의 조화 속에서 초대교회의 가르침이 손상되지 않고, 온전히 교회 제도권에 녹아 들어 유지 발전돼 왔다고 본다”

-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이 한국교회의 큰 과제인 것 같습니다. 주교님은 지난 30년간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일단은 지난 해 ‘세계성공회 평화대회’를 계기로 금강산 및 개성 방문 등을 통한 북한이해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 성공회 지체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여러 형제교회들의 관심과 도움을 통해서 한국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때다”

- 요즘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국제 사회 속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애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합니까.

“세계성공회가 가지고 있는 입장과 한국성공회가 가지고 있는 입장이 다르다. 예수님이 유대인이다. 그래서 뭐?(So what?). 예수님이 유대인이라서 예루살렘을 특별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이스라엘만 선택된 백성이냐? 그렇지 않다. 선택되지 않은 백성은 어디있겠는가?
 
동성애를 예로 들어보자. 소수자의 관점에서 볼 때, 동성이라서 성적 소수자로서 그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이냐? 어불성설. 그러나 그들이 신앙을 통해서 성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성공회는 동성애자 주교 서품에 대해선 승인하지 않고 있으며, 동성애자들의 혼인과 관련된 축복문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동성애)이 문제에 관해 더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 NCCK가 85주년 기념사업으로 카톨릭과의 대화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성공회가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카톨릭과 개신교. 양자간 대화를 나누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 성공회의 입장에서 볼 때, 개신교 그리고 카톨릭은 서로 역사적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천주교는 지난 1,500년간의 행적 중 성직자들이 권력화됨으로써 역사에 남긴 부패의 온상 등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할 것이고, 개신교 역시 지난 450년간 교회를 치리하며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폭력을 정당화 했던 잘못을 회개하고, 뉘우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점에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양자간 대화에 진전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 김근상 주교는 교회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 권위로부터의 탈피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진한 기자

- 한국교회 신뢰도가 급락했다는 여론 조사 발표가 나왔습니다. 한국교회가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억지로 만든 권위로부터의 탈피가 제일 중요하다. 로마 콘스탄틴 대제로부터 기독교가 국교회로 공표되는 순간 교회는 개혁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고 본다. (로마의 기독교 국교화를)혹자는 말하기를 교회의 보편화, 교회의 승리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독교의 국교화는 기독교의 본질을 가장 훼손시킨 사건이었다고 본다.

처음 초대교회에서 로마의 압제를 피하고, 도망하면서도 끝끝내 복음을 전파했던 피로 써진 역사. 기독교의 진정한 발전의 가능성은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국교화가 되는 순간부터 교회가 권력을 갖게 됐고, 건전한 지도력이 상실된 것이다. 오히려 교회 자체가 웃음거리가 되었으며 이런 기독교의 부끄러운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신뢰도를 회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교회가 인위적으로 만든 권력을 가만히 내려놓는 일이다.만들어진 모든 권력을 내려 놓을 때 교회가 정상화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교회의 소프트웨어 측면과 하드웨어 측면이 부딪히는 경우가 잦은 것 같다. 교회 강단에서는 섬기라고 하면서 종의 자리를 강조하는 데 정작 강단에서 설교하는 일부 성직자들은 권위와 명예라는 자리에 앉아 교회를 치리하려고 드니 말이다”

- 한국사회 그리고 교회가 다양한 분쟁으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교회는 피스메이커(peace maker)의 사명도 갖고 있는데, 분쟁 해법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준다면.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우리는 입이 하나고 귀가 둘이라는 것이다. 자기 말만 내뱉지 말고, 말하기 전에 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남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을 수 있을까? 이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내 이야기를 정제된 상태에서 품위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국가도 교회도 이런 면이 부족하기에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본다.

대화하기 전에 이미 경직된 자세로 상대방에게 나의 주장만 옳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마치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즉 상생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귀담아 듣는 훈련이 절실하다.

연장선 상에서 성공회에선 주요 이슈와 관련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논쟁이 계속될 때 논쟁거리에 대해 좀 더 연구하고, 토론해 보자는 취지하에 ‘모라토리움(일시정지)’이란 장치를 두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성공회 신학이 배어있는 ‘모라토리움’은 철저한 연구과정 없이 급하게 일을 처리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든 장치다.

급할 때일수록 한 템포 쉬고, 참고 가자는 말이다. 고전 13장을 보면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참음(Patience)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가 개입하는 세계.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고 함부로 판단을 내리기 힘든 일들이 무수히 많다. 좀 더 깊이 연구한 뒤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자는 것이다”

▲ 김근상 주교는 얼마 전 복음교단 총회에 인사차 참석해 복음교단에 통합을 제의하는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다 ⓒ김진한 기자

- 복음교단 통합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얼마 전 복음교단 총회에 인사차 참석해 통합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셨는데.

20여년전부터 있었던 얘기였다. 복음교단은 타 교단들과는 달리 선교사의 영향력으로 세워진 교단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생적 힘으로 설립된 교단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제주의적이고, 신민적 생각이 없다.

성공회는 지방자치, 분권화가 잘 이뤄져 있기 때문에 복음 교단과 통합이 된다하더라도 복음교단은 그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연대의 틀 속에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성공회와 세계성공회와의 관계도 그렇다. 서로간 간섭을 하지 않으면서도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신앙 전선을 만드는 일 만큼은 협력하면서 가고 있다. (복음교단과)신앙적 가치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기에 복음교단과 성공회가 통합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말한 것이었다”


김근상 주교는 정년은퇴(65) 하는 2017년까지 서울교구장을 맡게된다.


* 김근상 주교(57)


학력

서강대학교 입학(이공대 화학과)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졸업
성공회 성미가엘신학원 졸업
토론토 험버컬리지(Humber College, Toronto) Dip.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M.A)

주요경력

前 내리교회(장화리교회, 흥왕리교회, 선수교회) 관할사제
前 영등포교회(항동교회, 안양교회) 관할사제
前 교구 총무부장
前 캐나다 토론토 한인교회 주임사제
前 주교좌성당 보좌사제
前 주교좌성당 주임사제
前 교무국장
前 구리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前 세계성공회평화대회-서울 2007 집행위원장
前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
前 NCCK 청년위원회 위원장
前 NCCK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前 NCCK 통일위원회 위원장
前 ‘온겨레손잡기운동본부’상임대표
前 NCCK 부회장
現 서울교구 제5대 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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