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최근 미국 버몬트주 소재 미들버리 대학(Middlebury College) 신약학 교수 임은영 박사를 초청했다.
사도 바울이 자신을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라고 표현한 한 구절이, 여성들의 삶과 재생산 경험을 복원하는 새로운 해석으로 제시됐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최근 미국 버몬트주 소재 미들버리 대학(Middlebury College) 신약학 교수 임은영 박사를 초청해, "'한 조산아': 재생산 상실과 여성의 의례적 경험을 통해 다시 읽는 고린도전서("One Untimely Born": Reading 1 Corinthians through Reproductive Loss and Women's Ritual Experience)"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성서와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 속 여성과 아동, 사회적 약자의 삶을 연구해 온 임 교수는 고린도전서 15장 8절의 그리스어 '엑트로마(ἔκτρωμα,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를 고대 물질문화와 여성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해석하며,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종교와 신앙이 수행했던 역할을 조명했다.
임 교수는 유산되거나 사산된 아이를 뜻하는 '엑트로마'란 단어가 그동안 학계에서 바울의 겸손을 나타내는 수사적 장치로만 다뤄졌음을 지적하면서, "이 말을 들은 고린도 여성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임 교수는 문헌 자료뿐 아니라 부적, 저주 서판, 매장 유적 등 물질문화 증거를 폭넓게 활용했다. 그는 로마 시대 고린도가 아프로디테, 데메테르와 코레, 에일레이티이아, 이시스 등 임신·출산·유아 보호와 관련된 여신 숭배가 특히 밀집된 도시였음을 보여주었으며, 당시 자궁을 독립적인 존재로 이해했던 믿음에 기반한 이른바 '자궁 마법(uterine magic)'이 여성들의 일상적 재생산 돌봄의 일부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메테르-코레 신전에서 출토된 저주 서판과 자궁 모양 보석 부적 등은 고린도 여성들의 임신·유산·불임 경험이 종교적 실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됐다.
임 교수는 이어 아테네 아고라 본 웰(Agora Bone Well)에서 출토된 459구의 태아·영아 유해 사례를 소개하며, 최근 고고학 연구가 이를 영아 살해가 아닌 자연사 및 높은 주산기(周産期, 임신 후반부터 출생 직후까지의 시기) 사망률의 결과로 재해석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이 유적에서 발견된 산파의 에일레이티이아 봉헌물, 부장용 젖병, 정화 의식과 관련된 개의 유골 등을 근거로, 고대 여성들이 유산과 사산에 대해 고유한 애도와 정화 의례를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최근 미국 버몬트주 소재 미들버리 대학(Middlebury College) 신약학 교수 임은영 박사를 초청했다.
임 교수는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근거로, 고고학자 셰리 폭스(Sherry Fox)가 분석한 로마 시대 고린도 유골 94구 연구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고린도는 인근 도시 파포스(Paphos)에 비해 영아 사망률이 두드러지게 높았으며, 주민들의 평균 신장이 더 작고 치아에 영양 스트레스의 흔적(에나멜 형성 부전)이 더 많이 나타났다.
여기에 브루스 윈터(Bruce Winter)의 연구도 더해졌다. 그는 고린도가 40년대에 두 차례, 그리고 고린도전서가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51년에 또 한 차례 기근을 겪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식량 부족이 임신부와 신생아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의 문헌 및 고고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임 교수는, 1세기 고린도가 반복된 기근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높은 영아 및 산모 사망률을 겪었던 도시였다는 점에서, 고린도 여성들이 "엑트로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결코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고린도전서 15장 29절의 '죽은 자를 위한 대리 세례' 역시 지금까지 주로 논의되어 온 신비종교적 배경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유산과 사산으로 자녀를 잃은 여성들이 아이들의 정화와 구원을 염원했던 종교적 실천과도 연결될 가능성을 제안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생물학적 남성인 바울에게 여성 경험의 대변자 지위를 어디까지 부여할 수 있는가," "바울의 어머니·아이 이미지 구사가 차별적 태도인지 세심한 서사 전략인지" 등 진지한 질문이 던져졌다.
임 교수는 저자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텍스트 중심 해석이 지닌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바울을 무조건 이상화하거나 여성 억압의 원흉으로만 규정하는 이분법을 넘어, 그 역시 로마 식민 통치 하의 한 개인이었다는 인간적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가 더 균형 잡힌 관점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특별강연을 한 임 교수의 주요 저서로는 『어린 아이와 하나님 나라: 마태복음, 고린도전서, 도마복음 속 유아 이미지』(Entering God's Kingdom (Not) Like a Little Child: Images of the Child in Matthew, 1 Corinthians, and Thomas, 2021)가 있으며, 논문으로는 「미주 한인 디아스포라의 눈으로 읽는 고린도전서와 인종 폭력」(Reading First Corinthians Through Racialized Violence in the Korean Diaspora)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