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머리 숙여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국민 대통합의 길목에서 어떻게든 한국교회도 새로운 시대의 기운을 온 국민과 나누기 위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와 한국기독교회협의회(NCCK)가 마음을 합해서 올 10월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제10차 연차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고 약속한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쉽게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뒤늦게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회원 교단의 기도와 의견을 담아 이렇게 무릎을 꿇고 글을 올립니다.
하나, 어떻게든 WCC 제10차 총회가 모든 세계 기독인들의 기도와 기대를 넘어 이 땅에 모든 생명체의 축제가 되기 위해 한국 기독교인은 물론, 한국인 모두의 축제가 되도록 준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WCC가 기본적으로 합의한 교회일치선언 안에서 어느 기관이라도 계속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다.
둘, 지난 13일 명성교회에서 열린 WCC 제10차 총회 성공을 위한 전진대회 직전에 공표된 선언문은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와 집행위원장이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의 싸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교회협의회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는 그 두 분께 다른 조직과 함께 잘 상의해서 WCC 제10차 총회를 모두의 잔치가 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부탁한 바 있지만, 이는 WCC나 NCCK 정신 안에서만 가능한 일임을 주지해야 합니다.
셋, 우리가 지향하는 정신인 오이쿠메네, 에큐메니칼이라는 연합, 일치의 정신은 어느 형태의 교회에게도 문을 활짝 열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연합과 일치를 위한 행동이 어느 경우에라도 경계심을 가지거나 적개심을 가질 수 있는 어떠한 제한적 조치도 포함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이번 1.13 선언문의 형식과 제한적 조치들은 에큐메니칼 정신에 따르더라도 수용할 수 없습니다.
넷, 본의 아니게 이 선언문에 담긴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깊이 상처를 입은 여러 사람들과 단체, 특히 정교회(Orthodox Church)와 로마 가톨릭(천주교) 교회에게 마음을 담아 사과를 드리며, 마지막까지 예수님의 구원 사역을 펼쳐나갈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2013년 1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