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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칼럼] 레퀴엠에 관한 생각

전철·한신대 외래교수

정신과 자연에 관한 에세이

▲전철 한신대 외래교수 ⓒ베리타스 DB

인생은 짧다.

가다가 중간에도 팍팍 쓰러지고
삶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시간은 화살과 같다.
그 화살처럼 쏜살같이 지나가는 인생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철학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유는,
이 인생의 근원과 목적을 헤아리기 위한 이유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철학은 신에 대한 칭송도, 인간을 노예로 저주하는 것도
죽음을 찬미하는 것도 결코 아닐 것이다.
그것은 철학의 본질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소회를 피력하겠다.

나는 죽음을 보고 있다.
적어도 죽음은 나에게 상상이 아니라
내 앞에 놓여있는 저 째깍거리는 시계처럼 자명하다.

단지 저 죽음이라는 문을 아직 열지 못할 뿐이다.

죽음의 문을 열고나면 어떠한 방이
나에게 닥칠지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혹은 우리는
저 방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해도
저 죽음의 문은 얼마든지 열 수 있다.

저 문을 여는 열쇠는 우리의 의지로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나는 2층 내 방의 창을 뛰어넘기만 하면 그 문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며
사과를 위해 준비된 칼을 열쇠로 삼아도 그 문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조금 더 넉넉하게 자연이 자연스럽게 던져주는 열쇠를 받아
생물학적 죽음의 티켓으로 그 문을 열 수도 있다.

물론 그 때에는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문이 자연스럽게 열리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죽음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우리의 영혼이 아무리 물질적 풍요와 쾌락과 권력으로 무장되어도
그것은 죽음에 관한 어떠한 서설적 지식을 제공해 줄 수 없다.

어쩌면 우리가 죽음의 문을 응시하기를 귀찮아 하는 이유는
어짜피 어떠한 것으로든 그 문 너머의 공간과 죽음의 의미를
손에 쥐고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인지도 모른다.

차라리 살아있으면서 손에 쥘 수 있는 것을
먼저 추구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음의 문 앞에서 우리는 세상의 어떠한 것도 가져갈 수 없다.

사변과 철학의 미덕은 바로 살아있으면서
죽음을 고민하는 시덥지 않은 성격에 있을 것이다.

물고기는 물 안에 있으면서 물을 모른다.
그러나 철학은 물 안에 있으면서
물을 알려 하고 물 밖을 알려 한다.

철학의 고민은 궁극적으로 죽음의 관문과
그를 넘어서는 전혀 다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서설적 노력이다.

이것은 이원론이 아니다.
적어도 저 문 건너 무엇이 있는지를 헤아리면
이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어느정도는 헤아리고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철학은 죽음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그 과제를 다시 망각하지 않고 깨달으며
이 피투된 삶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고, 알뜰하며,
혹은 대단히 기묘하다는 것에 대한 자각과 반성일 것이다.

적막하고 무한한 자연 안에서 섬광처럼 핀
삶과 나라는 생명에 대한 자각,
그리고 이 짧은 인생의 시간동안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 지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 지혜에 대한 사랑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변과 철학의 정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죽음의 문 앞에서 존재한다.
죽음의 문을 보고, 그 죽음의 문을 넘어 어떠한 것들이
나타날 지를 고민하는 것은 그 적막한 세계에 대한 선지식이면서
동시에 이 살아있음에 대한 일말의 지혜를 제공해줄 것이다.

죽음에 대한 응시,
삶에 대한 성찰.

철학의 근본적인 정신은
저 죽음의 문과 궁극적으로 결부되어 있으며
바로 이러한 레퀴엠에 관한 사변 속에서
인간은 진정한 지혜를 갈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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