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김동춘 교수 ⓒ베리타스 |
한국에서 자유법치국가의 이상은 요원한 과제로 남아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사회과학부)는 지난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허원배)가 주최한 기획 토론회에서 "자유법치국가의 이상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며 "고문과 학살 등 과거식의 국가폭력은 물론이고, 사찰과 감시, 국가의 노골적인 범법, 사법의 편향과 검찰의 정치적 기소는 단순히 인간 개인의 권리만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사고하는 능력, 행동하는 능력, 그리고 저항하고 참여할 수 있는 능력도 빼앗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시민을 비시민화 하여 시민 개개인이 생각하는 주체로 바로 서기를 허용치 않는 사회의 특성과 관련해 "관료의 독재, 사법독재, 자본독재를 막기 어렵다"는 평을 내놓았다. 이에 김 교수는 "자유 법치라는 것은 단순히 구호와 제도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주체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이 한국사회가 자유법치국가로 나아가는 데 절대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안보라는 미명 아래 자유가 제약되는 현실에서 자유법치국가의 실현은 실제적으로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대결, 사실상의 전쟁체제의 종식은 자유 법치국가와 사회국가의 기본 전제"임을 확인하면서 "안보의 명분을 현저하게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평화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평화 체제의 방법론에 관해서는 "주변 강대국의 어느 정도의 동의, 특정 강대국에 대한 정치적 자주성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라며 "국가가 정치경제적으로 외세의 압력에 굴복하여 자주성을 갖지 못하면 국가가 올바름의 원칙을 지탱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밖에 사회국가 이상을 말함에 있어 와깡이 말한 바와 같이 유럽과 미국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한 양극화, 불평등의 모순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형벌국가’가 되었다는 주장을 제기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와깡은 형벌국가는 신자유주의와 대응한다고 말한다"면서 "이들 나라에서는 가난한 자들이 오히려 적이 되었다. 범죄와의 전쟁의 구호가 요란하고 감옥은 넘쳐난다. 흑인이나 하층노동자들은 이제 감옥에 가 있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709호 예배실에서 ‘한국사회의 변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기획 토론이 열렸다. ⓒ베리타스 |
김 교수의 이러한 주장에 논찬을 맡은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동의를 표하며,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는 국민에 대한 사회적 보호망에서 배제된, 하여 사회의 최하층 범주로 편입된 이민자들을 크게 확산시켰다"며 "이들은 사회국가가 추구하는 사회정의의 제도적 보호망 외부의 존재들"이란 점을 확인시켰다.
“하여 이런 부류 사이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정의 외부의 존재들이 양산됐다. 지구문트 바우만이 말한 ‘쓰레기가 된 삶들’이란 표현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이민자들’이 쓰레기마켓을 만들고 쓰레기 같은 노숙생활을 하는 이들의 풍경에서 유래했다. 이런 혐오스런 풍경은 포스트아우슈비츠 버전의 또 다른 범주적 살해의 동기가 된다.”
김 교수가 ‘형벌국가’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현상을 지칭한다면서 "범주적 편견은 범주적 증오로 이어지고 이것은 그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를 정당화시키는 범주적 살해와 연결된다"고 김 목사는 부연했다. 덧붙여,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가 시사하는 예방적 치안 시스템을 최첨단화한 미래사회의 모습은 오늘날 실재하고 있는 ‘형벌국가’를 패러디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김 교수의 사회국가의 문제제기에 "정치적 정의만이 아니라 사회복지를 핵으로 하는 경제적 정의, 그리고 형벌국가화를 경계하고 사회적 배제를 지양하는 사회적 정의의 과제가 우리 앞에 열려 있다"고 말했으며, 이것이 한국교회의 과제라고 역설했다.
김 목사는 특히 "한국사회에서 신앙적 주체를 구성하는 데 몰두해온 지난 성장주의 시대의 신앙문법에서 벗어나서 이웃을 발견하고 공존하는 것을 추구하는 새로운 신앙문법을 발견하는 과제"라며 "곧 타자성의 신앙을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특정한 부류를 혐오하는 담론에 앞장섰던 교회가 사회적 배제의 공범자임을 자인하고 사회적 공공성(정의)를 위해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라며 "곧 이웃의 눈으로 보는 신앙을 발견하는 문제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