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자유주의 비판한 차베스 대통령, 암투병 끝 사망

‘독재자’ vs ‘빈민구제자’ 엇갈린 평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독재자’ ‘빈민구제자’ 등 엇갈린 평가를 낳은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Hugo Chavez) 대통령이 지난 5일 암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이 오후 4시25분 카라카스 군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중순 암 판정을 받고 지난 1년 6개월 간 투병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10일에는 쿠바의 한 병원에서 네 번째 암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998년부터 베네수엘라를 통치해왔으며 작년 10월 4선에 성공한 바 있다.

한편, 남미 좌파동맹의 맏형으로 불리우던 차베스는 반미 노선을 줄곧 걸어 서방 사회에서는 독재자로 알려졌으나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빈민층을 위한 정책으로 그들의 '영웅'으로 통했다.

차베스는 1954년 베네수엘라 남서쪽 바리나스주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청년 시절부터 사회주의 운동에 관심을 보인 차베스는 1992년 쿠데타에 실패하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쿠데타 실패로 2년간 복역을 마친 후 차베스는 좌익 성향의 '제5공화국운동당(MVR)'을 창당했고, 대선을 향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결국 그는 ‘베네수엘라의 빈민들을 구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1998년 처음 대권을 잡았다. 이후 2000년 헌법을 개정한 그는 다시 대선 후보로 나서 60%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차베스는 한때  반대 진영의 쿠데타(2002년)와 대통령 탄핵 투표(2004년) 등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매 순간 고비를 잘 넘겨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의 임기를 더 이어갔다.
 
차베스는 일관되게 신자유주의적 세계 경제질서를 비판했으며, 이에 기초해 미국의 외교 노선과 대립각을 세웠다. 또 에콰도르, 쿠바, 이란, 북한 등 반미 노선을 걷는 국가들과는 친선 관계를 유지했다. 차베스의 좌클릭 때문에 서방 국가들은 그에게 '독재자'란 꼬리표를 달아줬다.

반면,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빈곤 퇴치와 평등 사회 구현 노력으로 베네수엘라 내부에선 ‘빈민층의 영웅’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제 사회 역시 차베스의 죽음에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베네수엘라의 최우방 국가인 쿠바는 3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차베스는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의장의 진정한 아들이었다"고 전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빈민들을 위해 크게 이바지했다"며 "차베스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차베스의 죽음은 베네수엘라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를 기회로 미국과 베네수엘라와의 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차베스의 사망으로 베네수엘라 여야가 앞으로 열릴 ‘포스트 차베스’ 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극심한 갈등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현직 대통령 사후 30일 내 치르게 돼 있다.

집권 여당인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은 차베스가 후계자로 지목한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부통령을 앞세워 권력 유지에 나서고, 야권 통합연대(MUD)는 엔리케 가프릴레스(Henrique Capriles)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 시도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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