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베리타스 DB |
하나님은 맨 처음에 빛을 창조하셨다(창 1:3). 빛은 에너지이다.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해온 석유, 석탄도 먼 옛날 동물이나 식물이 태양으로부터 받은 빛에너지를 축적하여 화석화된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은 태양으로부터 온 에너지가 아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핵을 분열시켜 얻은, 땅이 아닌 하늘에 있어야 할 것이다. ‘현대판 선악과’라 부르는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문제는 그 모두가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석유, 석탄, 천연 가스는 현재 쓰는 대로 쓰면, 수십 년 정도 쓸 것밖에 남아 있지 않다. 원자력을 구세주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우라늄도 2030년 이후면 2000년보다 20배나 가격이 뛰고 가채연한도 2040년부터 줄다가 2070년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되고 있다.
또 에너지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대기가 오염되어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단축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 또한 늘고 있다. 해마다 대기 중에 더해지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 가스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붕괴를 부추겨 홍수, 가뭄, 폭풍 등 기상재해와 사막화,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를 핑계로 ‘원자력’의 유혹에 빠진 이들이 있는데, 원전은 이미 세 차례의 대규모 사고가 말해주듯 언제고 커다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발전 과정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 과정도 큰 위협인데, 20여 년 동안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빚은 폐기물 처분장은 중저준위 처분장으로, 고준위는 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협적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단 한 곳도 없다.
물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재생가능 에너지의 발전을 통한 에너지 전환’이 그 대안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위해 애쓰는 이들도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창조 첫 날 만들어진 것이 ‘빛’이니만큼, 생명의 기본이 ‘에너지’임을 고백하며 지금의 위기를 신앙 안에서 풀어나가려 애쓰고 있다.
우선은 에너지를 낭비해온 삶을 회개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려 애쓰고 있다. 전력 소비량 자체를 줄여야 하니, 에너지를 덜 써서 좀 더 춥고 덥게 지내는 일에 힘쓰고 있다. 이들이 실천 중에 주목하는 것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력 공급량의 27%나 되는 54기의 원전 모두를 멈추고도 큰 충격 없이 일상을 살아낸 일본인들의 삶이다.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다. 자신이 누리는 것이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초래하거나, 공기와 물과 흙을 오염시켜 회복 불가능하게 하고 여러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을 진심으로 알게 된다면...
더불어 이들이 애쓰는 부분은, ‘기후붕괴는 물론 원전에 의한 방사능 위협이 얼마나 큰지’를 성찰하면서,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햇빛에너지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삶의 에너지를 하나님, 곧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햇빛에서 얻는다’는 교회의 신앙고백의 연장이다. 아니 실제로 우리나라에 비치는 햇빛만 잘 활용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가로세로 1m면 햇빛으로 연간 1,300kWh의 전기를 생산해낼 수 있다(석유로 환산하면 130리터). 남한 땅에 쏟아지는 햇빛을 다 합하면 1년에 무려 800억 배럴(1배럴 = 159리터)이 되는데, 이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석유 양의 100배나 되는 양이다(1인당 석유소비량 = 2,572리터).
독일의 경우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후에는 물론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전체 발전량의 30%나 되는 원전을 2017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우리는 꿀 수 없는 꿈일까?
우리도 가능하다. 독일에서 시민들이 지금껏 ‘에너지 협동조합’을 586개(2011년 현재)나 만들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었듯, 우리나라도 시민들이 단순한 전기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도록 ‘에너지 협동조합’의 길을 열어준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그러면 교회 지붕과 옥상마다 햇빛발전소가 세워질 것이고, 마당에는 소형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게 될 것이다. 더불어 단열성이 떨어지는 벽면을 바꾸고, 창틀도 고밀도 단열 창으로 바꾸어 건물의 에너지 효율도 높이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난방에너지의 50%까지 줄 것이다. 조명을 고효율 혹은 LED로 교체하여 30~40%의 전기 소비도 줄일 것이다. 농촌에 있는 교회라면 땅으로 가야 할 똥, 오줌, 그리고 폐식용유와 음식찌거기를 모아 바이오가스와 거름을 만들어 쓸 것이다.
그로써 교회가 있는 마을은 오스트리아 시골마을이 이룬 기적을 이룰 것이다. 세계 최초의 에너지 자립마을인 무레크 마을은 주민 1,700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70%를 직접 생산하고, 남는 에너지는 인근 마을로 판매하고 있다. 1989년부터 에너지 자립마을을 시도해 유채씨와 폐식용유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간벌목과 폐목재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소, 축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돌리고 있다. 무엇보다 마을의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은 모두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기에, 수익과 비용이 마을 내부에서 순환된다.
2013년 새해,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가는 교회들을 통해, 우리 모두가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에 의존해온 삶을 회개하고 하나님만 온전히 의지하는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되길 기도한다. “에너지를 아끼자. 태양의 힘을 활용하자. 이로써 삶의 가치를 높이자.” 하나님의 태양은 지금도 모든 생명에게 필요한 것을 골고루 충분하게 채우고 있다.
본 글은 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이 대한YWCA연합회 2013년 1, 2월호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