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베리타스 DB |
그런데 우리는 진지를 대할 때 삶에서 '더 빨리, 더 많이'만을 추구하듯, 무엇을 먹고 있는지 무슨 맛인지 느낄 겨를이 없다. 밥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있어온 수많은 생명에 대한 공경심을 가질 틈이 없다. 흙과 햇빛과 구름, 벌레, 비와 바람과 천둥, 눈과 서리, 농부의 땀방울,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헤아리며 밥상을 차리고 먹는다는 건 애당초 무리일까?
생명밥상 차림의 시작은 '생명의 사랑'을 알아채는 데 있다. 제 자신의 생명을 맘껏 뽐내며 자라다 제 생명을 기꺼이 내어준 먹을거리를 알아볼 수 있는가? 그래야 고기든 열매든 풀이든 낱알이든 '생명의 고통'을 품고 자란 먹을거리를 피할 수 있다.
요즘 우리 밥상에 오르는 고기는 자연 속에서 그들의 본연의 먹이를 먹고 자란 것이 아니기 십상이다. 병약해서 온갖 항생제와 백신을 맞으며 풀 대신 곡물 배합사료들을 먹고 살만 찌고, 사육시설에서 고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형 저항호르몬으로 가득하다. 농작물도 농약과 제초제에, 수입산이거나 유전자 조작 된 것이고, 철없이 유통돼 햇빛과 땅의 기운이 부족하고 비료로 인해 과다영양 상태다. 그도 가공된 것이면 방부제 발색제 등 수많은 첨가물이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먹을거리를 먹으면, 하나님의 영이 깃든 몸과 마음만 병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까지 해친다. 결국 하나님의 거룩을 범하는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지구의 위기도 하나님이 건강하게 성장시킨 생명을 밥상에 올리지 않고, 생명이 고통 중에 죽어가게 하여 초래된 것일지 모른다. 생명의 고통을 먹은 이는 자연과 다른 생명에게 잔혹행위를 일삼기 마련이다. 또 우리가 생명의 질서를 깨고 그들에게 가한 폭력은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와 평화를 깨기 마련이다.
다행인 것은 요즘 들어 밥상에 오르는 먹을거리를 단순한 음식이 아닌 생명으로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밥을 대할 때 세상에 당신의 생명을 먹이로 내주셨던 주님(요 6:51)을 모시듯 하면 우리도 세상의 밥이 되어 살 수 있고, 주님은 그것을 보시고 우리에게 새 하늘 새 땅을 허락하실 것이다.
교회가 앞장 서 그런 밥, 그런 밥상을 위한 걸음을 힘차게 내딛자. 6일 동안 삐뚤어진 몸을 주일 하루에 바꾸기 어렵다고 엄살하지 말고, 주님을 전하듯 생명의 양식을 온전히 나누게 하자. 성도들이 주일 하루만이라도 국내산 유기농에, 철따라 자연에서 오는 먹을거리로 생명의 양식을 나누면 거룩한 성전(고전 3:16~17)으로 거듭나서 생명 세상을 힘차게 열어젖힐 것이다.
※본 글은 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이 지난 2012년 교단지 기독공보가 진행한 ‘생명밥상 캠페인’의 일환으로 게재되었던 글임을 밝혀둔다. 필자의 제안으로 재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