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가 한반도에서의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한국교회가 뜨겁게 기도할 것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22일 NCCK는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낸 호소문에서 먼저 한국전쟁을 전후에 종전 협정을 맺지 못한 것에 "남한과 북한은 전쟁을 통해 동족이 아니라 원수가 되었다"며 "전쟁의 불완전한 종식은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남북 갈등과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했다.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가 종식되지 못한 것의 책임 일부를 한국교회 스스로에게 돌리기도 했다. NCCK는 "무엇보다도 생명의 희생을 막아야 하는 한국교회는 눈부신 외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예방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지향하는 사명에는 소극적이었다"면서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이 두 세대 이상 존속해 오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준엄한 음성 앞에 서 있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NCCK는 이어 "이제 한국교회는 교회 성장, 교인수 늘리기, 재정 확충, 건물 확장, 교권 싸움을 지양하고 그리스도의 평화를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거룩한 기도 행진에 나서야 한다"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기운을 씻어내고 평화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기도에 동참할 때"라고 했다.
아울러 NCCK는 남북한 정부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요구사항도 덧붙였다. 전자에서는 "모든 이유를 접고 남북한이 주도하는 평화 체제 논의를 속히 시작하기 바란다"면서 "어떤 명분도 정전(휴전) 상태를 정리하고 평화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논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했다.
후자에서는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의 분단이 제2차 세계 대전 후 냉전 체제의 산물이요 강대국 이기주의의 불행한 결과임을 고백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를 위해 책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