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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아케다와 골고다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Unknown Master, Flemish, Abraham Leading his Son Isaac to the Sacrifice, c.1535.

아브라함의 제사 이야기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해석은 신약과 관련시켜 해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석이 아브라함의 삶과 신앙에 초점이 놓였다면 이 해석은 ‘아브라함의 신앙’에서 ‘이삭의 희생’으로 초점이 옮겨진다. 
 
창세기 22:1-19는 유대 전승에서 “아케다(”aqedah)로 기억된다. “아케다”는 아브라함이 모리아 산에서 자기 아들 이삭을 “묶었다”(창 22:9)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신약의 골고다는 바로 이런 유대적 “아케다”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미드라쉬적으로 적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사랑받는 독자 이삭이 아버지 아브라함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희생되었듯이 독생자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희생되었다는 해석이다.
 
유대신앙은 아버지의 경건과 아들의 자발적인 희생을 성경적 신앙의 유산으로 계승하였다. 특히 신구약 중간기를 지나며 이삭의 “아케다”는 “하나님의 어린양”(the lamb of God)으로 재해석되게 된다.
 
“지혜는 한 의인을 보잘 것 없는 나뭇조각 위에 실어서
또 한 번 세상을 구해 주었다“(지혜서 10:4, 공동번역)
 
이삭이 아브라함의 사랑받는 독자이었듯이, 예수께서도 사랑받는 아들이었다. 미드라쉬는 이삭을 고난받는 종의 표상과 일치시킨다. 
 
그림은 16세기(1535년) 프랑드르 지역의 무명 화가가 그린 것이다. 
그림을 보면 쉽게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게 그렸다. 
아브라함이 종들과 함께 모리아로 떠나기 전에 
아들에게 큰 장작더미를 등에 메인다. 
이삭은 장작을 메고 
아브라함은 양손에 각각 불과 칼을 들고 
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 
 
모리아 산으로 장작을 등에 메고 오르는 이삭은 
골고다로 십자가를 메고 오르는 예수에 비유된다. 
산 정상의 제단에서 이삭의 희생은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의 희생에 해당한다.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가득하다.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는 모리아 산의 “아케다” 이삭과 유월절 희생양 그리고 고난받는 종의 이미지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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