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
하지만 그냥 두려워 떨고만 있을 수도 없습니다. 몸속에 들어간 방사능 물질은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어, 특정 장기는 물론 세포와 유전자 자체를 변형시키고 다음세대로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생명에 대한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을 것’(요일4:18)이니, 차근차근 문제를 살펴 생명들이 풍성함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찾아볼 일입니다.
방사능은 먹을거리를 통한 내부 피폭이 외부 피폭에 배해 수천에서 수십만 배나 더 큰 피해를 입힙니다. 체르노빌 환자의 90%가 먹을거리를 통한 내부 피폭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농도가 낮아도 반감기가 길면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농축되기에 피해 또한 커집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 땅의 약 70%가 방사능에, 그 가운데서도 후쿠시마 인근 상당부분의 토양과 바다는 고농도의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방사능은 바람과 물의 흐름을 따라 계속 이동합니다. 먹을거리가 일본산이 아니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수산물을 예로들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냉동 명태(동태) 중 일본산이 1.6%고 대부분이 러시아산이라고 하는데,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는 해류를 따라 러시아 연안으로도 이동했을 것입니다. 이동성 어류인 명태 역시 일본 연안에서 러시아 연안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체르노빌의 경험을 돌아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고 후에도 먹을거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피폭되었습니다. 유엔은 체르노빌의 사고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 갑상선암 환자가 늘어난 것은 방사성 요오드 함량이 높은 우유를 먹었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그린피스는 사고후 26년이 지난 해에 체르노빌의 출입통제 구역(60km) 바깥 3곳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유제품을 조사했는데, 여전히 방사능 물질(세슘137)이 검출되고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원전 사고 후 가장 큰 골치거리는 먹을거리 문제란 생각이 듭니다. 늦었지만 서둘러 아주 적은 양일지라도 정확한 측정을 통해 사전 예방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더욱이 올해 혹은 내년 정도에 제주 남부 바다로 상당 수준의 세슘이 흘러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으니, 누구든 납득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세워 실현해가야 할 일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문제의 근원을 살펴 처방하는 일일 것입니다. 먹을거리의 문제를 고민하기에 앞서,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는 말씀(마15:17~20)을 기억하고, 우리 마음을 들여다보았으면 합니다. 지금의 문제는 우리의 ‘에너지에 대한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에너지에 대한 욕심’이 보이면 그 때마다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해봄이 어떨까 싶습니다. 먹고 마시는 문제보다도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6:31~33) 하셨으니, 방사능을 내뿜는 원전에 기대어 살아온 우리 삶을 돌이켜 주께 온전히 의지하는 삶을 살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써봅시다. 적정온도를 유지하거나 전기제품의 사용을 줄이는 실천을 하는 중에 우리가 생명에게 안겨준 상처는 씻기어질 것이고, 또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안에 하나님의 나라는 이루어져갈 것이라 믿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