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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야곱이야기(2)(창 27:27-29)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렘브란트, Isaac Feels Jacob“s Hands, c.1640-42.
▲렘브란트, Esau denied the blessing.
야곱의 처음 이야기는 성경으로선 어딘가 부도덕해 어색하다. 야곱이 하나님의 축복을 속임수로 받아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에서는 속은 것을 알고 화를 냈다. 동생을 죽이려고까지 했다. 아버지 이삭 역시 밝은 마음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하나님의 축복이 가능할까? 더구나 이들은 이스라엘의 출발이 되는 사람들이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선(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야곱은 어머니 리브가가 요리한 음식을 들고 와 아버지 이삭에게 축복을 요구한다. 이삭은 야곱에게 축복하기 전에 내 아들 에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그 손을 만져보길 원한다. 목소리만을 듣고는 신뢰가 서지 않았다. 이삭은 늙어 눈은 보이지 않고 남은 감각은 청각과 몸의 촉각뿐이다. 그럼에도 그의 분별력은 틀리지 않았다. “음성은 야곱의 음성이나 손은 에서의 손이로다”(창 27:22) 
 
그러나 이삭은 청각에 따라 판단하기보다는 촉각에 따라 판단한다. 시각이 무용지물이 된 상태에서 말하는 자와 듣는 자 사이에 거리를 상정한 청각보다는 양자 사이의 거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촉각이 신뢰감을 주어 판단의 주된 자료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 숨어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의 드라마는 인간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야곱이 불의하게 축복을 가로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즉각적으로 벌하지 아니하시고 그를 선택하여 축복한다는 것이다.
 
둘째,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한 모습을 알리려는데 있다. 영악한 야곱이지만 축복을 허락하셨다. 이것은 아브라함과의 약속을 지키신 것이다. 야곱이 잘났거나 에서가 못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불의하게 장자권을 이어받았지만 아브라함의 후계자가 되었기에 축복을 이어가게 하신다는 것이다.
 
셋째, 야곱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싶다. 성경은 장자권을 세습받아 아버지로부터 축복받고 싶은 야곱의 욕망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에서가 고발한대로 야곱은 에서를 속여 장자의 명분을 빼앗고 복까지 빼앗았다.(창 27:35-36) 속이고 빼앗은 삶이 어떻게 바로 세워지고 정당화 될 수 있을까?
 
렘브란트의 첫 그림에서 이삭은 손을 내밀어 야곱의 손을 꼭 잡고 축복한다. 축복의 순간 야곱의 팔과 몸은 떨리는 듯 하다. 성경에는 없지만 리브가가 휘장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와 이 광경을 놀라고 긴장된 표정으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뒤늦게 도착한 에서는 축복이 거절당한다. 야곱을 축복할 때의 이삭의 몸은 앞으로 구푸려져 있고 두 손을 내밀어 야곱의 손을 꼭 잡고 있으나, 여기서는 그의 몸이 뒤로 제켜져 있고 그의 두 손은 텅 비어 있다. 늦게 도착한 자는 삶이 그를 벌한다(Wer zu spät kommt, den bestraft das Le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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