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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감각과 신앙(요일 1:1, 4)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Jacques Linard, The Five Senses, 1638.

감각과 신앙은 무관할 뿐 아니라 적대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주의적 이해를 따랐던 신학은 감각에 대해 데카르트와 같은 생각을 한다. 데카르트는 모든 감각을 의심하고 부정했으며, 감각을 부정하고도 남는 선험적 영역에 의식의 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에게 지각은 이성의 활동이다. 사물은 판단의 대상이지 감각의 대상은 아니다. 이 말은 사물은 외부로 열린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수행되는 해석을 통해 들어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한의 신앙은 감각신앙의 대명사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콩디야크에게 감각은 우리 인식의 유일한 기원이다. 데카르트가 감각이 절연된 암흑 상태에서도 스스로 드러나는 내부의 빛을 보았다면, 콩디야크는 캄캄하고 텅 빈 내부에 비쳐드는 외부의 빛을 보았다. 요한의 태도는 콩디야크의 태도와 같다. 요한은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들은 바요(청각) 눈으로 본 것이요(시각), 지켜본 것이요, 손으로 만져본 것(촉각)이라고 응답한다. 나는 이 구절을 ‘감각신학’을 위한 마그나 카르타라고 생각해 왔다. 
 
요한은 몸으로 성경과 만날 것을 주문한다. 몸에는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 있다. 오감이 활발하게 살아 있을 때 몸도 건강하다. 몸으로 성경과 만난다는 것은 오감으로 성경과 만난다는 것이고, 오감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교는 정신을 집중하여 들으라 한다. 그러나 찬양은 몸과 마음을 열라 한다. 오감을 열고 편히 맞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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