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민중신학에 대한 에큐메니칼적 접근 시도돼

“민중 그리스도론 다시읽기, 예수의 수난 다시 봐야”

▲지난 25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 3층 본당에서 심원 안병무 선생 17주기 추모 심포지엄이 열렸다. ⓒ베리타스

에큐메니칼적 접근법을 통해 민중신학 다시 읽기가 시도돼 주목을 모으고 있다. 최근 열린 심원 안병무 선생 17주기 추모 심포지엄에서 페르난도 엔스(Fernando Enns) 교수(VU University Amsterdam 윤리신학, WCC 중앙위원)는 주강사로 나서 비폭력의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한 걸음씩 발을 떼고 있는 에큐메니칼 담론에 민중신학의 오클로스가 갖는 함의를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교회가 소외받는 이들을 변호하는 곳이 아닌, 그들이 있는 곳에 함께있는 교회라야 진정한 교회임을 강조하며, 지배 권력에 의해 압제받고, 소외 받고 있는 민중에 교회가 가져야 할 관심과 책임을 강조했다. 
 
민중신학이 이 같이 오클로스를 주목하는 것에 그는 "정의로운 평화에 대한 에큐메니칼적 논의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면서 "만일 교회들이 오클로스를 초청하고 환영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마도 그리스도의 실재의 렌즈로 사회적 실재들을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중신학을 통해서)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 예수가 소외된 이들을 대신해서 말하거나 정부 당국에게 변화를 촉구한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보다도 오클로스와 성찬을 나눴다는 사실이다"라며 "교회가 단순히 소외된 이들을 변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회는 소외된 이들이 있는 그곳에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이어 그는 민중신학이 방법론적 측면에서 에큐메니칼 담론에 주는 영향도 살펴봤다. 민중신학자 서광선이 강조한 "민중신학은 생각 속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거리에 나가고 실천했을 때 생겨난 것"이라고 강조한 부분에 공감을 표시한 그는 이러한 민중신학의 방법론이 "(에큐메니칼적)담론 자체가 덜 배제적인 대신 더 통합적이게 할 것이며, 진정한 민중의 생생한 삶에 연결되게 도울 것"이라고 했다. 또 "새로운 시각에 눈뜨게 하고 교회가 반복해서 정치적 권력의 편에 서게 하고 말았던 전통적 도그마를 수정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병무의 민중신학에서 여전히 논쟁점이 되고 있는 민중 그리스도론에 대한 긍정적 해석도 있었다. 안병무는 예수의 십자가 사건에서 오클로스가 예수를 자신들과 동일시하게 했고, 마찬가지로 예수가 자기 생애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그들과 동일시하게 했던 체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페르난도 엔스 교수는 "하느님 나라와 에큐메니칼 체계에서 평화를 만들고 불의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논의가 민중 그리스도론적 관점의 열쇠로부터 유익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수난 해석을 다시 보아야 한다"면서 "민중에게는, 그들이 하느님 이야기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열쇠인 것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지배자의 권력'에게 십자가는 그들의 권력의 한계를 노출시키는 행위"라며 "우리 모두에게는 폭력과 불의의 악순환이 다시 시작될 수 없음을 '한 번에 우리 모두에게' 확인해주는 것이다. 폭력과 불의는 영원하지 않다. 민중에게는, 폭력과 불의가 예수의 사랑보다 더 강한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 순응하는 것은 곧 다시 한 번 예수/민중을 배반하고 예수/민중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향린교회 본당 3층에서 열린 이 추모심포지엄에는 이 밖에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와 김성경 교수(싱가폴 국립대학(NUS) 사회학)가 각각 △민중신학과 ‘비참의 현상학’- 오늘의 오클로스를 묻다 △“여자는 잘 익은 음식 아닙니까?”- 이동하는 북한 여성의 생존 전략과 임파워먼트 가능성 등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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