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WCC ‘일치 성명서’에 동성애 이슈 어떻게 답할까

‘교회 일치’가 먼저냐 ‘동성애’에 답하는 게 먼저냐

▲WCC 제10차 부산총회에 참석한 총대들이 회의하고 있는 모습. ⓒWCC

지난 1일 WCC 제10차 부산총회 ‘일치 성명서’에 동성애 이슈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담을지를 놓고 총대들 간 열띤 토론이 있었다. WCC 중앙위원회가 발표할 총회 주요 성명 중 하나인 ‘일치 성명서’ 초안 채택을 앞두고, 총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다양한 교파들의 모임인 만큼, 의견도 다양했다. 보수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정교회 쪽에서는 성경과 교회 전통에 호소하며 동성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힐라리온 러시아정교회 대주교는 "일부 교회와 국가가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성경적 가족관을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비성경적 세속주의에 맞서 세계 교회가 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동성결혼은) 하나님의 계시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덧붙여, "동성애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에 대해 반대하지만, 성경은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 자녀를 낳는 것 이외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만일 기독교 공동체에서 이런 전통을 부정한다면 우리는 결국 매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자 아프리카 감리회 소속 한 여성 목회자는 "대주교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많은 이들이 성 정체성 때문에 고통받으며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교회는 약자들에게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그들을 품어야 한다"고 반박했고, 캐나다 연합감리회 소속 한 목회자도 "WCC 공식 문서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이번에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밖에 성직자들 중 게이나 동성결혼자를 허용한 나라들에서 참석한 WCC 총대들의 반박이 거칠게 이어졌다.  
 
이렇듯 동성애 이슈가 점화된 것은 전날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총무와 월터 알트만 의장이 동성애 문제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한데서 촉발됐다. 당시 이들은 "동성애를 지지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동성애는 교회 밖에 있는 것이 아닌, 교회 안에 있는 것으로 문제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그것은 단지 이슈가 아니라 우리의 펠로우십에 속한 형제와 자매요, 인간이란 점이다"라며 동성애를 인류애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성애를 성서 및 교회 전통에 근거해 ‘죄’(Sin)로 분류하고 있는 정교회 측과 전통적 가족 단위 구성의 사회 도덕적 차원에서 (동성애가)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세계성공회 측이 동성애 문제를 ‘신념’(Belief) 차원에서 접근해 동성애에 대한 지지(Support) 입장을 채택하는 것은 다소 어려울 것이란 게 총대들 간 의견이다. ‘교회 일치’를 우선으로 할 것이냐 ‘동성애’라는 이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냐를 놓고 총대들은 고민에 빠졌다. ‘일치 성명서’는 주말 동안 검토되고, 이르면 금주초에 발표될 계획이다. 
 
 
기획: WCC 부산총회 특별 페이지<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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