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WCC ‘선교선언문’…‘인간’ 넘어 ‘창조세계’로

제국주의적 선교관 반영한 ‘미전도지역’ 개념 폐기

▲WCC 제10차 부산총회에서 회의 중에 있는 총대들. ⓒWCC

WCC가 4일 주요 공식 문서 중 하나인 ‘선교 선언문’을 발표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따른 선교의 개념과 방향을 모색한 이 선언문은 지난해 9월 WCC 중앙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문서로, 1982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채택됐다. 
 
‘함께 생명을 향하여’란 제목의 이 선언문에는 선교의 대상을 기존 인간에서 창조세계 전체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인간 뿐 아닌 피조물의 해방까지도 고대했던 바울의 선교 정신을 잇는 한편, 인간중심주의가 갖는 폐단, 즉 자연에 대한 폭력 정당화의 자기 반성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삼위일체 하나님의 마음에서 시작되고 성 삼위를 하나로 묶는 사랑은 온 인류와 창조세계로 넘쳐흐른다.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은 모든 백성을 부르시고 희망의 공동체가 되도록 힘을 주신다. 성령 안에 있는 생명은 선교의 본질이며 선교의 영성은 사람들의 영적 헌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변혁의 역동성을 갖는다. 복음은 창조의 모든 영역과 우리 삶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 좋은 소식이 된다. 
 
이 처럼 선언문의 방점이 ‘창조세계 전체’이기에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속사 관점이 깊이 반영됐으며, 또 성령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WCC는 특히 선교의 주체가 성령이라고 했으며, 선교는 창조와 함께 시작돼 모든 피조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WCC는 선교 선언문에서 돈에 대한 숭배가 복음의 신뢰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선교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며, 성령님임을 부연 설명했다. 
 
또 기존 땅 따먹기 식의 제국주의적 선교관을 반영한 ‘미전도지역’이란 개념을 폐기했으며, 작금의 선교에서는 미전도지역의 영역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 예로 오순절과 은사운동 등이 다양한 지역에서 출현하고 있음을 들기도 했다.  

이 밖에 선교의 주체 개념에 ‘주변부’(Margin)가 등장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란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21세기 새로운 선교 환경에 주목하여 기존 중심에서 주변으로 뻗어나가는 선교 패러다임으로부터 객(客)의 자리에 있던 주변을 선교의 주체로 상정하는 선교 패러다임 쉬프트를 이뤄냈다. 21세기 선교 패러다임에서 ‘주변부’의 지위가 격상된 것이다.  
 
한편, 이 선언문을 작성하는 데에는 선교학자와 전문가, 현지 선교사 등 연인원 200명이 참여했으며 논문도 130편이 넘게 제출됐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신학위원회 국장과 WCC 전도담당 국장과 간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사실상 WCC와 WEA가 함께하는 선교 선언문이 됐다. 토마스 쉬마허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신학위원장은 이번 WCC 선교선언문에 복음주의 교회들도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4일 열린 전체 선교회의에서 "WEA에 소속된 128개 회원국 중 단 한 나라도 예외 없이 WCC 선교 선언문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WCC는 이 문서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선교 운동을 추진하고 오는 2017년 세계선교대회를 열어 그 결과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전망이다.
 
기획: WCC 부산총회 특별 페이지<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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