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연동교회 다사랑 카페에서 ‘경향교회 바로 세우기’ 모임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베리타스 |
석원태 원로목사 불륜설이 나돌던 경향교회가 결국 교단을 탈퇴하는 강수를 둬 파문이 일고 있다. 보수 중에도 보수적 교단으로 알려진 총회인 예장 고려는 교단 분열을 획책한 책임을 물어 경향교회 원로와 현 담임인 석기현 목사의 제명안을 처리한 상태이나 석원태·석기현 목사측은 총회 결정을 따르지 않고 해당 노회인 서울남노회의 총회 탈퇴에 힘을 보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서울 연지동 다사랑에서는 경향교회로부터 쫓겨난 안수집사들이 모여 ‘경향교회 바로세우기’ 모임을 발족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경향교회 석원태·석기현 목사가 총회의 뜻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석원태 원로목사의 불륜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최근까지 문제를 제기해온 이들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총회에서 사안의 심각성으로 인해 지난 5일 전권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으나, 교회측은 문제를 제기한 이들이 제명됐다는 이유로 이에 불응했다"며 "그러던 중 지난 15일 경향교회는 임시당회를 소집해 교단에 대한 행정보류를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날 임시당회에서 행정보류 안건은 29대 29로 가부 동수였으나, 석기현 목사가 찬성표에 손을 들어 통과됐다.
이어 지난 17일 총회 전권위원회의 도덕성 문제와 당회의 행정 보류안에 대해 “교단의 분리를 획책했다”며 석원태·석기현 목사를 제명 처리했고, 같은 날 경향교회와 교회가 속한 서울남노회는 임시노회를 열어 교단을 탈퇴했다. 이들은 이에 대해서도 "교단 탈퇴는 교인들의 공동의회 투표를 통해 3분의2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밝혔다.
경향교회측은 이제껏 석원태 원로목사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을 알고 있었음에도 원로목사에 대한 예우 차원인지 침묵을 지켜왔었다. 그러나 모권사와의 불륜설까지 나오자 참다 못해 안수집사 5인이 다시금 원로목사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 노회에서는 주목을 못 받았으나 총회의 이목을 끌어 현 총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총회 전권위원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에 경향교회측은 경향교회의 설립자이자 예장 고려의 큰 어른격인 석원태 원로목사에 문제를 제기한 이들 집사들을 제명하여 출교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특히 노회와 함께 교단 탈퇴를 감행한 것에 "이번에 서울남노회가 교단 탈퇴를 결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저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이지만, 투표 결과 52대 10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결의됐을 정도로 이번 총회 운영위원회와 전권위원회는 불법적인 모습들을 수없이 드러냈다"며 "노회의 탈퇴는 교단의 불법적인 교권주의 횡포로부터 교회와 노회를 보호하기 위해 합법적인 절차와 압도적인 표 차이로 결의된 것이니, 현재 온갖 거짓으로 성도들을 혼란케 하는 일에 주의해 주시고 서울남노회(독노회)와 경향교회를 위해 계속 기도해 달라"고 하기까지 했다.
한편, 교인수 4만명을 웃도는 예장 고려에서 서울남노회는 그 반수인 교인수 2만명에 달하는 노회로, 이번 서울남노회의 교단 탈퇴는 실제적으로는 교단 분열과 다름이 없다라는 게 교단 안팎의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