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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1)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Romeo Gutierrez, Mother and Child. 2012-13
▲Romeo Gutierrez, Mother and Child. 2012-13

개신교회는 마리아의 전통에 대하여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가톨릭교회에 대하여 개신교는 마리아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특징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과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의 마리아는 침묵 속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성경을 중시하는 개신교 원칙의 단면이다. 
 
‘문자와 영’(Letter and Spirit)사이에서 성경을 죽은 문자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 성경문자는 살리는 영을 매개하는 수단임을 잘 알고 있다. 가령, 성례(성사)의 숫자가 7개냐, 2개여야 하느냐, 논쟁할 이유가 없다. 개신교회가 성사의 숫자를 2개로 축소하여 예수께서 제정하신 것이 그 이유라고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근거대기이다. 교회를 통해 성령은 삶 전체, 만물 전체를 성사로 만들고자 하시기 때문이다. 
 
개신교 교회와 신학도 성경만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만들어진 전통(Traditio) 또한 성경 못지 않게 중시한다. 성경에 없다하여 중요치 않은 것이 아니며 무시할 일도 아니다. 기독교의 문화적 전통 안에는 성경에 없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교회는 성경 위에 형성된 전통을 통하여 풍요로워지니 개신교도 전통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루터, 칼뱅, 웨슬리, 그리고 기껏해야 아우구스티누스 정도만이 아니라 고대와 중세의 숱하게 많은 동서방 전통의 聖人들, 교부들의 가르침과 성스러운 삶을 다시 새롭게 본받아야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교리가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경건과 영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마리아론에 대한 개신교와 가톨릭교회의 차이는 19, 20세기에 제정된 두 가지 마리아론을 계기로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듯하다.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는 놀라운 산업혁명이 한창일 때 근대 세계관에 역행하여 공의회의 결정도 거치지 않고 마리아가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되었음을 하나님이 계시한 교의로 장엄하고 경사스럽게 확정 선포하였다(원죄 없으신 잉태). 이 교의에 따르면 마리아는 다른 사람과 달리 처음부터 원죄로부터 자유하다. 마리아는 원죄로부터 자유로운 자로서 구속자인 예수를 잉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스 큉은 이 교의가 선포된 당시 가톨릭의 역사의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폐쇄된 로마 가톨릭 집단 환경 속에서는 바깥세상에선 이미 오래 전에 내다버린 교의들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곳에서는 그것들이 실로 자명하고 비할 데 없이 타당한 것으로 끊임없이 반복 주입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는 “지상의 생애가 끝나자, 죄에 물들지 않은 하나님의 어머니요 항상 처녀인 마리아는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의 영광 속으로 받아들여졌다”(성모 승천)고 결정하였다. 비오 12세는 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중세적, 반종교개혁적, 반근대적 패러다임의 마지막 대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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