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돈 고신대 교수 ⓒ페이스북 |
박 교수는 글 머리에서 "부패와 무능을 드러낸 이 나라 정부와 기성세대가 침몰하고 온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몰 이후 잘못 없는 아이들의 희생의 터 위에서 남은 자들이 "무능과 죄책을 조금이라도 더는 길"을 타진해 보고자 함이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보며 마음에 끓어오르는 울분과 비통함과 답답함을 토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국민들의 심정을 십분 헤아려야 한다"면서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눈앞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한 자신들과 정부를 보며 비분강개하지 않는다면 어찌 인간의 정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런 패닉 상태에 빠진 이들을 향해 심장이 없는 도인이라도 되라는 듯이 잠잠하며 감정을 자제하라는 조언만큼 비정하게 들리는 말은 없다"라며 "이러한 참담한 사건을 보면서도 분개할 줄 모르는 국민에게는 소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침묵’을 강조한 어느 목회자의 주장에 반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박 교수는 "한없이 슬픔과 분노에만 사로잡혀 자책하며 비난만 하고 있어서는 이 나라는 더 깊은 파멸의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며 "한 맺힌 비애와 원통함을 승화시켜 우리 자신과 이 사회를 새롭게 하는 개혁의 의지로 불태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현 정권을 향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낸 현 정권은 책임을 통감하고 뼈를 갂는 자체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세월호 사태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자신이 말한 문책의 첫 번째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 것인가"라며 "어린 학생들도 할 수 있는 상식 수준의 판단과 사고를 어찌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하지 못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박 교수는 특히 "별로 힘 없는 무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성급히 사건을 종결시킬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대통령이 가장 혹독한 비난의 칼날을 자기 자신에게 들이대 통렬하게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권력의 핵심부위에서부터 부패를 척결해나가는 근본적인 개혁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성난 백성들을 진정시킬 수 없으며 이 나라의 밝은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결을 같이하여 언론·방송이 세월호 사태에 대한 보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교수는 "어떤 방송사는 못난 선장과 선원들의 과오와 청해진 해운의 유병언 씨의 비리만을 주구장창 보도하며 마치 희생양을 잡는데 앞장서는 어용 역할을 하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긴다"며 "어찌하여 모진 탄압과 압제 아래서도 민족의 충직한 언로 역할을 했던 언론사들이 이 같이 권력의 충견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부디 이번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언론사들까지도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는 열매를 맺게 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소원한다"고 했다.
또 크리스천으로서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 박 교수는 "우리 교회가 성장제일주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수와 성장과 돈과 건물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느라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더 가속화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 아닌지 통렬한 자성과 회개가 있어야 하겠다"면서 "이 사회의 구조적인 악과 부조리의 한복판에는 나와 같은 탐욕스러운 목사와 한국교회가 산출해낸 속물스러운 그리스도인들이 포진해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총체적으로 부패하고 부실한 나와 우리 교회와 대한민국호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깨끗하고 건실한 대한민국호로 부활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고귀한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