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고려대의 외국어고 우대 선발에 대해 고려대는 사과하고 대교협은 자율규제의 원칙을 세우고 근본적으로 고교서열화체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십시오
고려대의 외국어고 우대 선발에 대해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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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근본적으로 고교서열화체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십시오
고려대가 수시전형에서 내신을 위주로 선발한다고 해 놓고 실상은 외국어고 출신을 위주로 선발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2008년 말 당시 학생들과 학교의 의해 1차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바 있지만 모든 입시가 끝난 지금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려대가 수험생과 학부모를 속였다는 것입니다. 내신을 90% 반영한다고 해 놓고 결국 일반학교의 1등급은 탈락시키고 외국어고의 8등급을 합격시킨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일로 인해 일반고 수험생들이 느꼈을 배신감과 좌절감을 생각할 때 마음이 아픕니다. 학생들은 그래도 대학의 입학 전형이 공정성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소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 부분이 가차없이 무너짐으로 인해 이 사회 전체에 대해 깊은 불신감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일에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소위 말하는 ‘명문’ 대학이 앞장섰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대학의 무책임성에 극도의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그 동안 서울의 몇몇 대표적인 사립대학교들이 외고 출신들을 노골적으로 우대하고, 이들을 선발하기 위해 온갖 장치들을 만들어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심하게 낮춤을 통해 고교 내신을 무력화시켰고, 수능 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을 높여왔고, 글로벌 리더 전형이라는 외고 출신들만을 위한 별도 전형을 만들어 왔습니다. 대학들이 외고 학생들을 더 많이 선발하기 위해서 이런 제도를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특목고 강풍으로 휘몰려갔고, 외고가 성적 우수 학생들을 휩쓸면서 서울 소재 몇몇 사립 대학들의 외고 학생 유치를 위한 대학들의 선발 방식은 더 왜곡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불과 10년, 15년 전 대학들이 일정 이상의 내신 반영 비율을 유지하고, 외고 출신들에게는 어문학 계열 진학시만 내신을 보전해주던 제도를 유지했을 때는 지금과 같은 특목고 광풍은 없었던 현실을 생각할 때 지난 10 여 년 간 서울 몇몇 사립대학들이 보여준 무책임하고 비교육적 처사들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울의 몇몇 사립 대학들의 외고에 대한 특별우대 정책으로 인해 고등학교는 상당 부분 서열화되어 있고 날이 갈수록 서열화가 굳어져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중학교 단계에서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고 사교육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입학제도가 공교육 정상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특정학교를 우대한다고 할 때 고등학교체제의 서열화는 불가피합니다. 적어도 고등학교단계에서는 서열화가 아닌 다양화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정책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특목고도 설립 목적에 맞게 수평적 다양화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일반학교 학생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고교 서열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려대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미비하다는 것입니다. 대교협이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대교협을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이기주의는 날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 명백합니다.
그러므로 이 사태에 대해 좋은교사운동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고려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대학의 자율성 차원이 아니라 학생들과 국민에 대한 거짓말의 문제입니다. 고려대는 학생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함을 통해 최소한의 사회적인 의무를 다 해야 합니다.
둘째, 대교협은 이 문제를 확실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고려대가 대교협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언권을 생각할 때 대교협이 고려대를 제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생각이 그대로 현실로 드러날 때는 대교협은 사회적 신뢰를 상실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대교협을 단지 서울의 몇몇 사립 대학의 입김에 휘둘리는 이익집단으로 생각하지 더 이상 대학을 감독할 수 있는 권위있는 집단으로 보지 않을 것입니다. 대교협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받아들여 이 문제에 대해 실효성있는 제재 조치와 재발 방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근본적으로 고교 서열화 체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외고 프리미엄을 없애고 수평적 다양화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날의 외고가 외국어 교육 본연의 기능을 한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입시명문고로 자리 잡은 외국어고등학교는 설립목적을 상실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어 교육은 일반 학교의 선택과정을 다양화함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서열화된 구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또 다른 변형된 형태로 외고 우대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취지를 가지고 도입되는 입학사정관제마저 이러한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경쟁은 대학에서 하도록 하고 중등교육 단계에서는 다양화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대입제도가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입제도와 고교체제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향후 우리 교육이 다양성으로 갈 것인지 획일적 경쟁으로 갈 것인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고려대와 대교협의 전향적인 판단을 촉구합니다.
2009. 2. 3.
좋은교사운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