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이 청와대의 보도개입 파문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박동일 목사)는 23일(금) 성명을 내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존재의미를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기장은 성명을 통해 “KBS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면서 정부의 초기 구조 활동을 진실하게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핵심간부인 김시곤 보도국장은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에 비견하는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아 유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고 규탄했다.
이어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성토도 이어나갔다. 기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처음부터 비민주적인 날치기 수법으로 상정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금번 수신료인상안이 원천 무효라고 판정한다”고 밝혔다. 기장은 그러면서 검찰에 대해선 청와대의 KBS에 대한 보도통제 및 인사개입에 대한 진상 규명, 새누리당에겐 수신료 인상안 즉각 철회, KBS측엔 진정한 공영방송으로서의 환골탈퇴를 각각 주문했다.
아래는 기장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수신료인상안을 철회하라!
그들의 혀는 죽이는 화살이라 거짓을 말하며 입으로는 그 이웃에게 평화를 말하나 마음으로는 해를 꾸미는도다(예레미야 9:8)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이 땅에 공정한 언론이 정착하기를 기도하고 실천해왔습니다. 최근 있었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언론에서 보여준 행태는 국민 모두를 분노케 하였습니다. 특히 KBS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면서 정부의 초기 구조 활동을 진실하게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핵심간부인 김시곤 보도국장은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에 비견하는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아 유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습니다.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그 직책을 사퇴하면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폭로한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길환영 KBS 사장이 보도에 개입하여 왜곡하고 조작할 것을 지시한 사례가 폭로된 것입니다. 이는 지난 21일 정홍원 총리의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 보도개입이 있었음이 분명히 드러났으며 KBS가 차마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음이 다시금 확인되었습니다. KBS는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하였으며, 국민들의 알 권리를 훼손하고 왜곡하고 있음을 우리는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KBS의 부정 행태는 앞선 수신료인상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KBS 이사회는 2013년 12월 10일에 여당 추천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임시이사회를 열고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가결하였습니다. 이어서 2014년 2월 28일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그 수신료인상안을 인준하여 현재 국회에서 통과절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KBS의 수신료 인상안은 처음부터 비민주적인 날치기 수법으로 상정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금번 수신료인상안이 원천 무효라고 판정합니다.
KBS는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입니다. 공영방송이란 공공 기업체나 공공 기관에서 운영하는 방송이며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기에 시청료를 기본 재원으로 하며 오직 공공의 이익과 복지를 위해 봉사하는 방송입니다. KBS는 공영성과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을 견지할 때 비로소 참된 공영방송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KBS는 공정성과 공영성을 망각했습니다. 언론의 독립성마저도 상실한 실정입니다.
이에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KBS의 타락을 바로잡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검찰은 청와대의 KBS에 대한 보도통제와 인사개입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KBS 사장 길환영을 즉시 구속 수사하여야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KBS에 대한 항의 방문과 이어진 청와대 앞 시위 이후,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보직사퇴를 하게 되면서 밝혀진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청와대가 공영방송사의 보도에 직접 개입해왔으며, 심지어는 KBS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의 보도통제와 인사개입에 대한 정황과 KBS 길영환 사장이 언론의 공영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는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의 주장에 대하여 사법당국은 김시곤을 참고인으로,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이정현 홍보수석, KBS 길영환 사장을 피의자로 각각 소환하여야 마땅합니다. 이에 관련 범죄행위가 있었는지를 낱낱이 조사하여야 하며, 이들에게 주어진 혐의 사실의 진위를 명명백백하게 국민 앞에 밝혀야합니다.
2. 새누리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즉시 철회하여야 합니다.
KBS의 수신료 인상안은 KBS의 공영성이 확인된 상황에서 처리되어야 합니다. KBS가 공영방송의 모습을 회복하여 정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한 이후에 수신료 인상안을 논의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시급한 과제는 KBS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KBS의 정상회복입니다. 비민주적이고 반공영적으로 파행 운영되는 KBS의 범죄적 행태를 먼저 고쳐야 합니다. 수신료 인상안은 KBS의 타락을 방조하고 묵인하라고 국민에게 강요하는 행위로서 기독교인의 신앙양심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이와 같은 무리한 인상안을 즉시 철회하기 바랍니다.
3. KBS는 진정한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KBS 길환영 사장의 비리를 밝히는 과정에서 정권의 부당한 개입이 방지되고 KBS의 정치적 독립이 확보되기를 바랍니다. 보도의 공정성과 제작편성의 자율성 등 KBS를 정상화하는 길이 수사의 과정에서 확립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환골탈태하여 거듭나기를 촉구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KBS가 국민과 함께 하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때까지 기도할 것이며, “세상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요한 8:12), 정의와 평화와 생명이 넘치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신앙의 실천을 이어갈 것입니다.
2014년 5월 23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박동일
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 김경호
총회 총무 배태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