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전반적인 여성 인권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소외된 여성들의 인권은 여전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폭력 피해 여성이라든가, 이주 여성, 장애 여성의 인권에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7년전 YWCA가 창립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성 인권’이란 개념은 없었다. 다시 말해 당시 여성들은 일종의 소유물로 남성들에게 예속돼 그 권리를 주장하거나 인정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 여성들은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며 사회 전반적으로 그 인권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 구석진 곳에서 소외 받는 여성들에게는 아직도 인권이란 말은 멀게만 느껴지는게 현실.
13일 한국사회 내 여성 인권 신장을 줄기차게 외쳐온 서울 YWCA 새 회장 이연배(63)씨를 만나 한국사회 여성 인권의 향상 정도를 묻고, 1만 3천여 명의 여성 회원들이 활동하는 서울 YWCA의 올해 주요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인터뷰에서 이연배 회장은 한국사회 내 여성 인권이 상당히 신장됐다는 데 동감하면서도 권한이나 개발 부분에선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서울 YWCA가 지닌 강점이 민주주의 그리고 철저한 회원제라고도 강조한 이연배 회장은 서울 YWCA의 회원들이 YWCA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리더십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 서울 YWCA 이연배 신임회장은 “사회 전반적인 여성 인권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소외된 여성들의 인권은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진한 기자 |
- 서울 YWCA 새 회장에 선출된 소감을 말씀해 달라.
“먼저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하나님의 기관인 YWCA에서 하나님의 푯대를 향해 나아가라는 뜻으로 알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87년의 역사를 가진 YWCA는 선배들의 기도와 열정, 헌신으로 이어온 기관입니다. 회장으로서 소임을 감당할 때 훌륭한 선배님들의 헌신과 희생을 거울로 삼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 YWCA가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YWCA의 활동주제는 ‘생명의 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입니다. 이 주제에 맞게 서울 YWCA에서는 올해 중점사업으로 여성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 조성, 아동과 청소년의 안전한 성장을 돕는 공동체 의식 확산, 생명 살림 실천 세 가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성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 조성= 결혼이주여성과 가정폭력 피해여성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려고 합니다. 이미 국내 거주 인구가 11만명이 넘는다고 하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해서는 이 분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한글, 컴퓨터, 요리, 임신출산 등)을 하고 이주 여성과 한국 여성을 일대일로 결연을 맺어 정서적으로 꾸준히 지원하는 멘토링을 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 5,6년 이상 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직업이라고 합니다. 이 분들을 위한 직업 훈련을 처음으로 시범 실시하려고 합니다. 이주 여성의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운동도 꾸준히 하고, 이주 여성의 자녀, 즉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권이라든가 인권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에도 힘쓰려고 합니다.
폭력 피해 여성= 서울 YWCA는 지난 2년 동안 꾸준한 모금활동을 통해 폭력 피해여성들과 아동들이 자활을 준비할 수 있는 중장기쉼터를 만들었습니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쉼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평화감수성 교육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안전한 성장을 돕는 공동체 의식 확산=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환경을 개선하고,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환경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려고 합니다.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이버윤리 교육을 꾸준히 하면서 이들을 사이버윤리 활동가로 양성해 사이버 문화를 선도하도록 지원하고, 청소년 인권교육도 실시하려고 합니다.
생명살림 실천= 서울 Y가 꾸준히 해온 환경운동을 확장해서 하는 활동입니다. 오염되고 건강하지 못한 먹을거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안전한 먹을 거리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지원이 순환되는 사회를 위해서 남은 음식물 자원화, 빈그릇 운동, 텃밭 가꾸기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녹색소비 확산을 위해서는 청소년과 주부로 환경활동가를 양성하고, 에너지 절약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서울 YWCA는 소비자, 청소년, 노인, 자원봉사, 상담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본부의 활동 이외에도 복지관 2개, 여성인력개발센터 2개, 청소년수련시설 2개 등 6개 지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YWCA는 특히 여성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들었는데 현재 한국사회 여성 인권 향상 정도는.
“지금부터 87년 전, 서울 YWCA가 창립되던 1922년만 해도 ‘여성 인권’이라는 말조차 없는 시대였습니다. 서울 YWCA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계몽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암흑의 일제시대와 1960∼70년대 근대화, 1980년대 민주화를 거치면서 여성 인권이 상당히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입니다. 1990년대 가족법이 개정되고 2008년부터 호주제가 완전히 폐지될 정도로 법적, 제도적 부분에서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지요.
우리 사회 전반적인 여성 인권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소외된 여성들의 인권은 여전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폭력 피해 여성이라든가, 이주 여성, 장애 여성의 인권에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2006년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세계 129개국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여성평등지수는 세계 4위였지만, 여성권한지수는 63위, 여성개발지수는 29위에 그쳤습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인권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권한 이나 개발 부분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여성 인권이 더 향상되기 위해 남겨진 과제가 있다면.
“여성 중에서도 소수 여성의 문제, 이주 여성, 폭력 피해여성, 장애 여성, 저소득 노인 여성 등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은 법과 제도가 개선되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수 여성에 대한 편견들(예를 들면 폭력 피해여성은 매를 맞을 만하니까 맞는다든가, 이주 여성에게 돈 때문에 국제결혼했다든가 하는)을 바꿔야 합니다. 서울 Y에서도 이주 여성과 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운동에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큼 권리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뒤 따를 것으로 본다. 한국 사회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여성들이 기여할 점은.
“권리와 책임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동안 여성들이 한국 사회의 안녕과 발전에 기여한 점은 제가 이 자리에서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 기독교와 교회가 발전하는데 여성들의 기도와 헌신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습니까.
이미 법조계나 교육계에서는 여성의 수가 남성의 수를 넘어설 만큼 여성들은 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제계, 정계, 공무원 등의 분야에서는 아직도 여성들이 수적으로도 열세이고, 고위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남성들과 평등하게 권리를 행사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한국 사회의 안녕과 발전이 더 앞당겨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 얼마 전엔 성차별을 받던 서울 YMCA 여성 회원들이 성차별을 이유로 서울 YMCA 본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를 했다. 서울 YMCA가 총회 회원권을 여성 회원들에게 부여하지 않는 점에 어떻게 생각하며, 이번 판결이 서울 YMCA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가.
“사실 같은 기독교계 시민사회단체로서 언급하기가 대단히 조심스럽습니다. 서울 YWCA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서울 YMCA에 공문을 보내 참정권을 허용하라는 권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 YMCA는 여성회원의 수가 전체 회원의 50%가 넘고 자원봉사자를 포함하면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 YMCA가 다수의 회원이 요구하는 참정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회원단체로서 회원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회원의 단체라면, 회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회원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모르겠지만, 서울 YMCA에서 그동안의 수많은 권고와 판결을 받아들여서 이 문제를 잘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 서울 YWCA 이연배 회장
- 학력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졸업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연구과정 수료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원 고위여성경영인과정 수료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산업기술최고경영자과정 수료
경기테크노파크 산업기술최고 과정 수료
- YWCA 경력
1983년 2월 - 1990년 1월 서울YWCA 교육부, 공보출판부, 성인부, 프로그램부 위원
1988년 YWCA주부클럽 중앙협의회 회장
1990년 2월 - 1992년 1월 서울YWCA 사업부 위원장,프로그램부 위원
1992년 2월 - 1993년 1월 서울YWCA 중학Y-틴부 위원장, 사회문제부, 신협 위원
1993년 2월 - 1995년 1월 서울YWCA 풍납청소년독서실 위원장
1995년 2월 - 1997년 1월 서울YWCA 청년부 위원장, 재정부 위원
1997년 2월 - 2005년 1월 서울YWCA 서기이사, 청년부, 금천, 강남, 여성능력개발부 위원장, 재정부, 인사부, 헌장개정 위원
2005년 2월 - 2009년 1월 서울YWCA 부회장, 인사부․재정부 위원장
2009년 2월 - 현재 서울YWCA 회장
- 경력
1983년 2월 걸스카우트 서울연맹 영등포지구 위원장, 직선실행위원
1988년 2월 (주)흥진 부사장 취임
2001년 12월 (주)흥진 대표이사 취임, 연세경영대학원 총동문회 이사
2008년 3월 연세대학교 총동문회 부회장,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동창회장
- 수상
1987년 12월 서울시장 표창
1992년 1월 28일 걸스카우트 서울연맹 공로패
2003년 1월 서울YWCA 20년 봉사상
2005년 9월 10일 중소기업은행장 감사패
2005년 10월 25일 농업협동조합 중앙회 회장상
2005년 12월 1일 한국수출입은행장 우수고객상
2006년 7월 1일 한국수출입은행장 표창장
2006년 3월 3일 시흥세무서장 표창장(납부의무 성실히 이행)
2007년 5월 연세대학교 자랑스러운 “여동문”상
2007년 11월 30일 산업자원부 삼천만불 수출의 탑
2008년 1월 8일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경영대상
2008년 3월 3일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2008년 12월 2일 산업자원부 오천만불 수출의 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