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 장로교 선교사들의 근본주의 신학이 한국교회의 전부였던 시절, 시대의 예언자 고 최태용 목사의 외침은 가히 충격이었다. 일본의 신학자 우치무라 간조의 수제자였던 최태용 목사는 근본주의에 둘러 싸여 있던 한국교회에 새로운 서구 신학들을 소개하면서 한국 기독교인들을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이 영향으로 조선신학교(현 한신대)가 설립되는 등 한국교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최태용 목사의 신학은 빛을 보지 못했다. 그의 신학이 강단에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고, 문서화된 자료가 얼마 남지 않아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최근 최태용 목사가 설립한 기독교대한복음교회(전병호 총회장)가 그의 저서를 집대성한 최태용 목사 전집(총6권)을 출간했다. 90년대 초 발간된 신학잡지 ‘천래지성’과 ‘영과 진리’에 실린 글, ‘생명신앙’ ‘신국가관’ ‘일본에 보낸다’라는 최 목사의 글을 현대어로 직역하여 한 데 모았다. 지리한 작업 끝에 만 5년만에 완성됐다.
최 목사의 신앙은 ‘생명신앙’이다. 이 생명신앙의 목소리를 되찾은 복음교회는 한국교회 안에서 다시금 깨어 있는 예언자의 역할을 감당하려 하고 있다. 최 목사의 전집을 복음교회 내 전 교역자들에게 보급하여 연구케 하려고 한다.
또 그동안 소홀히했던 선교운동에도 주력, 복음교회의 저력을 보여줄 참이다. 13일 오후 서울복음교회에서 만난 전병호 총회장은 “올해 내에 2백 교회를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복음교회가 교세로는 작지만, 작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고, 발전하게 하는 촉매적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복음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 총회장은 ‘생명신앙’이 다시금 한국교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70년 전에 소개된 신앙이지만 지금의 한국교회를 이끌어갈 만큼 힘이 있다”며 “특히 영성 신앙에 있어서 오늘날 교회들을 선도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전병호 총회장은 고 최태용 목사의 생명신앙이 한국교회를 다시금 깨어나게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베리타스 DB |
“최 목사님의 생명신앙은 1920년대 처음 언급됐어요. 당시 한국교회의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인데, 근본주의 신앙을 ‘죽은신앙’이라 여기고 개탄해 하시면서 살아있는 신앙을 해야 한다고 외치신 거죠. 한국교회만의 신앙이 필요하다고 보셨어요.”
당시 한국교회의 암울한 상황을 한탄해 하면서 남긴 최 목사의 유명한 말이 있다. “땅은 일본에게 뺏기고 영혼은 선교사에게 뺏겼구나.”
고착화되고, 율법화된 한국교회에 새로운 신학, 살아있는 신앙의 길을 열고자 세운 교회가 바로 기독교대한복음교회였다. 복음교회는 최 목사의 이같은 신앙의 정신을 받들어 믿음의 길을 이어왔다.
“로마서 8장에서 ‘영으로 살자’는 것도 생명신앙과 연결됩니다. 즉,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실천하지 않으면 죽은신앙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최 목사님의 신앙은 실천적 신앙이기도 했습니다.” 전 총회장이 말했다.
이 신앙은 더 발전해서 전지구적인 생명을 살리는 생태 신학으로 발전했고, 복음교회는 생명신앙의 가치를 ‘환경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신앙’으로 지평을 넓혔다. 복음교회가 창립 당시부터 70여년간 사회운동을 이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운동과 더불어 선교운동에도 주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1천 교회 10만 성도운동이 그것이다. 전 총회장은 “복음교회가 선교운동을 한다고 해서 정체성을 버리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고 사회운동과 함께 선교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라며 “결코 복음교회가 지켜온 사회운동의 실천적 정신을 무시하거나 버리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교회가 더 양적으로 성장해야 사회운동도 더 활발히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 총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교회 수와 성도 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 교역자들의 재교육, 교단 발전을 위한 조직 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 총회장은 “교회가 수적으로 더 탄탄해져서 최 목사님의 생명신앙의 영향력이 커졌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