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서대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2014년 생명평화마당 생명평화 월례포럼이 열렸다. ⓒ공동취재단 |
진보 신학자들 간 세월호 사건 이후의 신앙과 신학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 소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는 2014년 생명평화마당 생명평화 월례포럼 ‘세월호 이후의 신앙과 신학’이 열렸다.
이날 김은규 교수(성공회대)는 ‘세월호 사건은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만들어낸 '대학살'’이라는 주제발제에서 "세월호 침몰은 파렴치한 선장과 일부 승무원이 빚어낸 끔찍한 사건이지만, 기업과 국가 기관의 구조적인 부정과 부패와 무능이 만들어낸 '대학살'이었다"며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과 피멍든 가슴을 어떻게 위로해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월호 사건의 원인으로 "기업의 끝없는 탐욕과 해경과 해양수산부의 전, 현직 공무원의 부패와 비리, 그리고 청와대와 정부의 안전 불감증과 재난사고 초기 대응 미숙 등의 무능함이 총체적으로 얽혀 있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합동분향소 안에 '정부'라는 글자를 대문짝만하게 걸어놓을 자격이 있는지 한심스럽고 개탄스러울 따름이다"라고 탄식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와 한국교회 그리고 정치’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이은선 교수(세종대)는 "세월호 사태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그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결정적인 사건의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더구나 한국교회는 바로 작년 가을 부산에서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막 마친 후이고, 거기서의 주제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어이가 없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 교수는 국가가 백성들의 생명의 지지대 역할을 못한 것을 비판하며, "적나라하게 정치가 속속들이 개인 이기주의의 수단이 되고, 뼛속까지 관료주의의 교만과 무감각,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점철돼 있는 것을 보면서 더욱 한국 정치의 부패와 실종 등을 생각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부정·부패로 얼룩진 한국사회 변혁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믿음과 연대, 신앙의 상실의 시대에 종교인들도 믿음과 신뢰의 그루터기가 돼주지 못했고, 그에 더해서 스스로가 믿음과 약속의 파기를 일삼았다"며 "이 세상의 모든 성공과 저 세상에서의 영생까지도 여기서 보장 받으려는 한국 기독교의 뿌리 깊은 보수주의와 근본주의가 변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