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스테파노 김수환 추기경 노환으로 소천

▲ 생전의 김수환 추기경
한국 천주교 최초의 추기경인 스테파노(세례명)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 12분경 강남성모병원에서 87세의 나이로 소천했다.

1966년 마산교구의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그가 택한 사목표어(‘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와 함께 일생을 빈민들과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했던 그의 삶은 그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당시 사목표어에 대해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오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전세계 모든 이를 사랑하며, 그 사랑의 끈으로 온 인류를 일치시킬 때에 참다운 것”이라며 “교회는 이처럼 어떤 누구도 소외됨이 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를 사랑으로 하나되게 하는 도구요, 이를 나타내는 표지여야 한다”고 전하며 교회가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해야 함을 주장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특히 “교회 쇄신이란 바로 이러한 정신으로 이웃과 사회, 세계를 위해 봉사하는 것”, “신앙인은 누구나 끊임없이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이라며 교회가 이웃과 희노애락을 함께해야 함을 강조했다.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한 김수환 추기경. 그가 소외된 이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유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22년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동에서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5남 3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가난에 찌들어 살았지만 믿음 만큼은 어느 가문 못지 않았다. 그의 조부인 김보현은 천주교를 믿다가 무진박해때 충청도 연산에서 잡혀 순교했을 만큼 집안이 대대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의 집안이었던 것.

그의 조부의 순교는 어린 김수환에게 신앙의 뿌리였다. 그렇게 가난했던 소년 시절을 보냈던 김수환은 순교자인 조부를 자양분 삼아 신학교 진학의 꿈을 꾸기에 이른다.

그의 부모는 8명의 자녀들이 전부 성직자가 되기를 바랐으나 넷째형 김동한(가롤로)과 김수환(스테파노)만이 그 꿈을 이뤘다. 가족은 김수환의 나이 5살때 경상북도 군위군로 이주했으며 김수환은 군위보통학교(지금의 군위초등학교)에 입학해 학업을 시작했다.

보통학교 5년 과정을 졸업한 김수환 추기경은 대구 성 유스티노 신학교에 입학했고, 서울교구의 소 신학교였던 동성상업학교(지금의 동성고등학교)로 편입해 계속 학업에 정진했다.

1941년 4월 김수환 추기경은 천주교 대구교구 장학생으로 일본 상지대학 문학부 철학과에 입학해 학업을 계속했으나 독립투쟁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런 그였으나 1944년 일본 학병으로 강제 징집 당해 일본 사관후보생으로 훈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전쟁이 끝나면서 다시 상지대학에 복학해 1946년 12월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서울 성신대학교(현 가톨릭대학교)에 편입해 학업을 계속했으며 1951년 9월 15일 대구 계산동 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천주교 신부가 됐다.

천주교 신부가 된 김수환 추기경이 첫 사목 생활을 시작한 곳은 경상북도 안동성당(지금의 목성동 주교좌성당)이었다. 이어 1953년 4월 천주교 대구교구장 최덕홍(요한) 주교의 비서, 대구교구 재경부장, 해성병원 원장을 거쳐 1955년 6월에는 경상북도 김천성당(지금의 김천 황금동성당) 주임 겸 성의 중·고등학교 교장으로 전임되었으며, 아울러 교구 평의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리고 1966년엔 당시 44세의 김수환 신부는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마산교구 설정과 동시에 그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됐다. 같은 해 5월 성지여자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주교 성성식과 교구장 착좌식을 가진 김수환 주교는 그의 사목 표어를 정한다. 이때 김수환 주교가 택한 사목 표어가 바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였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의 사목 표어는 그의 평생 사목 철학이 됐고, 그의 일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목회 그리고 인생의 철학이 됐다.

한편 서울대 교구장에 임명된 김수환 추기경은 곧이어 1968년 4월엔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됨과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됐고, 1년후 마침내 대한민국 최초의 추기경에 서임돼 1969년 4월 30일 로마에서 서임식을 갖기에 이른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후 에큐메니컬 운동에 두각을 나타내며 교계 안팎에서 덕망을 쌓아갔다. 그의 지인들은 한결 같이 그가 교파를 초월한 성직자의 표본이었다며 통합적 리더십을 보여준 사람으로 평가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특히 70, 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종교계 인사들과 뭉쳐 종교간 연합 활동을 활성화 시켰으며 천주교와 불교 그리고 기독교간 대화 운동에도 크게 힘써온 인물이었다.


얼마 전 노환으로 강남성모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그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끝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현재 김수환 추기경의 홈페이지에는 “주신 사랑을 가슴에 간직하겠습니다” “추기경님 주님 품안에서 이젠 편히 쉬세요”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소서” 등 그의 선종 소식을 전해 들은 신자들의 수많은 추모의 글들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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