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장식 칼럼] 하나님의 뜻과 섭리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최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독교 신자 또는 교회 장로로서 하나님의 뜻이란 말을 사용한 데 대한 교계의 보수파와 진보파 사이에 공방의 논쟁이 생겼다. 실로 하나님의 뜻이란 말에 대한 보수나 진보의 견해를 접어두고 그 용어 곧 하나님의 뜻이란 말을 바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학적인 소양과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에 대한 이해, 곧 기독교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긴 논리전개가 필요 없이 간단히 말하자면,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선하고 불변한데, 모든 민족이 하나님이 배정해주신 지역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시며 그것을 어기고 다른 민족의 땅을 힘으로 침략하고 점령하는 것은 그의 뜻이 아니므로 침략자는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그런데 인간의 역사현실에서는 하나님의 이 뜻을 어기는 일이 늘 생겼다. 그럴 때 하나님이 인간이 하는 대로 보고만 계신 것이 아니고 개입 또는 간섭 또는 어떤 배려를 하시는데 이것을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한다. 문창극 장로가 일본의 한국침략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것은 분명히 잘못 말한 것이었다. 일본의 한국침략 행위를 만일 하나님의 역사경륜과 관련시켜 말하려면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말했어야 했다. 
하나님의 섭리란 결국 하나님의 역사 개입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는 일본의 한국침략과 식민지화를 두고 지난 역사를 돌이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조선 말기에 우리나라는 일본과 청국과 러시아 삼국 중 어느 한 나라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비참하게 희생양이 될 조선 민족을 긍휼히 보시고 배려 또는 섭리하시기를, 차라리 일본의 한반도 점령이 차선 또는 조금 유리할 것 같아서 일본의 침략을 허용하신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 까닭은 만일 이 때 러시아가 한반도를 점령했다면 불과 20여년 후 러시아가 공산국가가 되었을 때 한반도도 불가피하게 공산주의 세계가 되어 한국의 민족적 전통은 물론 기독교 선교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본의 침략이 러시아의 침략보다 나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만일 청국이 조선을 점령하고 통치하게 되었더라면 나중에 일본이 국력을 증강시켜 강력한 군사력으로 그들의 숙원인 동북아(조선, 만주, 중국) 침략 전쟁을 일으킬 때 일본이 청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조선 반도를 먼저 침공해서 청군과 싸우게 되고 조선 청년들도 청국군대에 징집되어 많이 죽게 되었을 것이다. 일본이 만주와 중국 본토까지도 점령하는 사태가 벌어질 때 그 과정에서 온갖 피해를 우리가 졌을 것이어서 마치 태평양전쟁 때의 현실대로 될 뻔 했다. 그러나 일본이 36년간 조선을 점령하여 통치한 후에 만주와 중국을 침공해 갔을 때 한반도 땅은 전쟁의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리고 일본이 동북아 국가들을 침략한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으므로 결국 패망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지난날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하나님의 역사개입이 어떠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하나님의 역사경륜의 섭리를 우리 인간은 그대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하나님의 역사개입으로 일본이 한반도를 통치하게 되었다는 말을 가지고 그것을 “친일”적인 해석이라고 말하는 것은 경솔한 판단이다. 
기독교 신자들이 어떤 불가항력적인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을 위로한다면서 흔히 “하나님의 뜻”을 말하는 데 그것은 그 사람에게는 위로의 말이 되지 않고 체념하거나 단념하라는 말로 들려 섭섭하게 여겨질 것이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상투적인 말처럼 남용하는 것은 신앙적이지 않으며 신앙적 지식의 무지에 가깝다.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선하고 영원불변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역사현실에서 희생되는 약자들을 위하여 선의의 개입과 배려를 하셔서 악은 결국 그의 심판을 받게 하시고 약자가 살아남게 섭리하신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