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불교 성지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의 이른바 ‘땅 밟기’를 벌인 일이 크나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불교 인터넷 신문 <법보 신문> 보도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일반 언론 매체들이 앞다투어 다루기 시작했고 급기야 공중파 TV에도 보도됐다.
교계 이슈에 대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해온 박영돈 고신대 교수가 이번에도 다시 한 번 펜을 들었다. 박 교수는 땅 밟기 파문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개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는 영적으로 대적해야 할 대상, 괴멸시켜야 할 사탄의 영역이라는 흑백논리에 사로 잡혀있는 신앙관이 타종교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와 함께 자신들만이 절대 진리를 소유했다는 우월의식이 오만과 독선과 맞물리면 타 종교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마저 잃어버린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의 동의를 얻어 페이스북 전문을 싣는다.
열정과 무례함의 혼동
몇 년 전에도 교인들이 불교사찰에 들어가 영적 전쟁을 한답시고 땅 밟기 기도와 대적 기도를 한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는데 또 다시 인도의 불교사원에서 교인들이 찬송가를 불러 세상 사람들의 빈축을 사는 일이 발생하였다. 기독교계 내에서도 그런 몰지각한 행위를 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과 같은 사태가 계속 재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이런 개념 없는 행동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그것은 그런 행위 저변에 깔린 신앙관과 세계관의 문제일 것이다. 대개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는 영적으로 대적해야 할 대상, 괴멸시켜야 할 사탄의 영역이라는 흑백논리에 사로잡혀있는 신앙관이 타종교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된다. 그와 함께 자신들만이 절대 진리를 소유했다는 우월의식이 오만과 독선과 맞물리면, 타 종교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마저 잃어버린 무례함을 드러낸다. 게다가 우상숭배가 성행하는 적진의 한복판에서 담대하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며 복음을 전파한다는 자부심과 진리에 대해 숭고한 헌신을 하고 있다는 자기도취까지 더해지면 그런 행동은 못 말리게 되는 것이다.
이같이 잘못된 신앙열심이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역기능을 한다는 점이 무서운 일이다. 이런 열심은 정상적인 사고의 기능을 마비시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지극히 보편타당한 의식과 판단력과 윤리의식을 상실하게 한다. 신앙의 열심이 오히려 인간됨의 기본자질을 파괴하여 광신적으로 뒤틀린 괴이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진정한 신앙은 광적인 열심이 충만하거나 몰지각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 아니라, 신앙의 열정이 잘 정제되어 부드럽고 지혜로운 신앙인격으로 승화된 모습에서 나타난다. 타협할 수 없는 진리를 가진 이들이 전도하는 자세는 무례한 종교적인 횡포가 아니라 온유함과 겸손이며, 그런 모습에서 진리의 아름다움은 한층 더 돋보여 세상에 잔잔한 감화력을 끼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