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 방한 예정인 가운데 개신교계 일각에선 교황 방한에 대해 잔뜩 경계하는 눈치다. <국민일보>는 9일(수) “(교황 방한은) 현재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의 부재를 드러내고 전도까지 가로막아 개신교 교세는 더 약해질 것”이라고 정인찬 백석대 신학대학장의 언급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교계 지도자들이 교황 방한을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적었다.
한국교회언론회(이하 언론회, 대표 김승동 목사)도 10일(목) 논평을 냈다. 언론회는 <시복식, 성스러운 예식이면 성당 안에서 하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교황 방한 시 이뤄질 시복식에 대해 “천주교 입장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성스러운 예식”이라면서도 “시복식 행사를 천주교 경내에서 경건하게 치르기 바란다. 천주교가 시복식을 굳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가장 번잡하고 산만한 광화문에서 시행하려는 것은 소박한 이미지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불편한 일이 되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언론회는 현 정부를 향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언론회는 정부를 향해 “막대한 국가의 경호 인력을 동원하여 교황을 경호하고, 이를 위해 모든 교통수단을 차단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며,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을 8월의 폭염 속에 장시간 노출시킨다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국민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국교가 없는 나라에서 특정 종교를 위하여 국가가 적극 나서고, 대다수 국민들의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서민적 이미지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과도 많이 다르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언론회는 이어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략의 선봉에 섰던 천주교의 만행에 대하여 사과할 것도 촉구했다.
개신교계가 교황 방한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유가 가톨릭은 급성장하는데 비해 개신교는 감소세를 보이는 와중에 교황 방문이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기독교인은 862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5년 조사결과와 비교했을 때 1.6%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불교는 3.9%, 가톨릭 신도는 7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최근 목회자들의 세월호 참사 관련 부적절한 발언, 성추행, 공금횡령, 논문 표절 등의 비리가 사회적으로 노출되면서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하는 상황이다.
교황 방문을 경계하는 개신교계에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꿈이있는교회 전남식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황방문이 개신교회 위축을 가져올거라 걱정하기 전에 개신교 목사들 때문에 교회가 급감소하는 현상을 통탄해야 하지 않을까. 교황이 움직이면 가톨릭은 성장하는데 왜 개신교목사나 총회장 등이 움직이면, 아니 입만 열어도 교인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지 반성 좀 하시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