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월) 아침 성공회 순례단이 순례에 앞서 팽목항에서 파송 성찬례를 봉헌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성공회 순례단이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 총 557km를 걷는 도보 순례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세월호 참사 특별법을 둘러싸고 이념대립 양상이 불거지는 가운데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회장 장기용 신부, 이하 사제단)은 9월29일(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걷는 생명평화 도보순례>(이하 순례)를 시작했다. 이번 순례는 진도 팽목항을 출발해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 총 557km를 걷는 여정이다. 순례 첫날엔 사제단 소속 사제와 일반 참가자 등 총 15명이 참여했다.
순례단은 순례에 앞서 팽목항에서 파송 성찬례를 봉헌했다. 설교를 맡은 김현호 신부(동두천 나눔의집 원장)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한동안은 애도 분위기가 강했고 대통령도 눈물까지 흘리며 이 같은 참사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한 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안에 내재된 분열의식 또 다시 살아나 지금의 아픔을 이념의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이 작금의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이어 “교회 역할은 분열이 아닌 치유다. 하나님께서도 인간과의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자신의 독생자를 보내 하나가 되려 노력하셨다”라면서 “이는 진리다. 지금 교회가 분열되고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기보다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돌이켜 봐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제단, 관구설립 125주년 맞아 순례 나서
김 신부는 설교를 마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일일이 연호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호명되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순례에 참가한 박순진 신부(춘천 나눔의집)는 “마침 오늘(9월29일)은 대한성공회 관구설립 125주년을 맞는 날이다. 성공회 선교가 시작된 이후 우리 역사에선 갑오경장, 3.1운동, 광주민주항쟁 등 무고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 일이 많았다. 세월호 참사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지난 과거의 아픔이 겹쳐졌다. 더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참가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신부는 “모든 일정을 소화할 것이다. 걸으면서 답을 찾아보려 한다”는 심경을 표시했다.
사제단 단장인 장기용 신부는 순례를 떠나는 순례단에게 “순례는 기도운동이다. 순례 여정을 통해 많은 분들의 마음이 엮여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순례는 오는 10월18일(토)까지 계속되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