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성추행 행각이 관련 서적인 『숨바꼭질』의 출간과 저자 인터뷰를 계기로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전 목사의 성추행 행각은 이미 보고된 사례만 8건에 이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는 실정이다. ‘회개 여부는 하나님이 판단한다’는 것이 옹호 세력들의 주된 논거다.
이에 대해 예배하는교회 담임이며 팟캐스트 <내가 복음이다>의 진행자인 양희삼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목사의 회개를 권면했다. 양 목사는 “진짜 회개는 하나님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하는 것”이라면서 “회개는 조용히 골방에서 하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성경을 왜곡하지 말고, 남자답게 용기 있게 인정하라”고 일갈했다. 양 목사의 동의를 얻어 페이스북 글 전문을 아래에 싣는다.
▲양희삼 목사 ⓒ개인 페이스북 |
이 글이 목사님에게 전달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래 전 목사님께 보내는 글을 한 번 썼다가 보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떠들어 댄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서 제 풀에 꺾여 정성들여 써놓은 글을 묵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용기도 내 보고, 마음도 굳게 먹고 다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최근에 저는 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내가 복음이다>에서 목사님을 주제로 방송을 했습니다. 목사님이 끔찍이도 싫어할 책 『숨바꼭질』의 내용으로 방송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엊그제는 『숨바꼭질』 때문에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가 하루 종일 포털 순위에 올라가 있는 것도 보았고, 노회에서 징계 절차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저희 방송도 나름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당연히 싫어하겠지만, 저는 목사님이 주님 앞에서 회개할 두 번째의 큰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세간의 화제가 되고, 교회 홈페이지가 마비가 될 정도로 큰 이슈가 된 것은 주님께서 다시 한 번 회개할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끄러운 잘못과 직면하고 뉘우쳐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교회 사역을 내려놓고 참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정말 힘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악의 본질은 지독한 자기중심적인 태도여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죽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잊혀 갈 것 같은 두려움과 옛 명성을 잃어버린 고통이 목사님의 목을 죄어 오는 것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이 새로운 기회입니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습니다. 죽을 것 같을 뿐이지 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죽음을 선택하는 경험이 당신을 새로운 삶으로 이끌 것입니다. 그 때 다급했던 마음으로 돌아가십시오. 피해 자매와 통화하면서 “내가 병신 같아서 그런 짓을 했었다”고 고백한 시간으로 돌아가십시오. 외면하려 하지 말고 피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 죽음을, 무덤에 장사됨을 선택하십시오. 당신도 본인이 잘못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모르는 척 할 뿐이겠죠.
진짜 회개는 하나님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회개는 조용히 골방에서 하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성경을 왜곡하지 말고, 남자답게 용기 있게 인정하십시오.
제가 깨끗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여자가 좋습니다. 세상에 열 여자 안 좋아하는 남자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남자가, 아니 목사가 여자가 좋다고 해서 목사님과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홍대새교회 홈페이지에는 누구라도 목사님의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 고소를 하겠다는 변호사의 으름장이 있다고 하죠? 저는 소시민이라서 그런지 고소가 두렵기도 합니다. 경찰서는 교통 딱지 발부 받으러, 길가다 화장실이 급해서 가본 적 외에는 없는 사람이라서 고소 같은 것이 상상이 안 되기도 합니다.
저희 방송과 이 글로도 고소를 하시겠다면 그마저도 저의 십자가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의 큰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십시오. 노회에서 징계를 한다고 해서 교단을 탈퇴하거나 하는 꼼수를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너무도 뻔한 드라마 스토리로 가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안 그래도 부끄럽기 그지없는 같은 교단 후배 목사의 읍소입니다. 이 글이 목사님을 천국으로 이끌고자 하시는 주님의 마지막 음성으로 들리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