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외부 모임에 가는 것을 매우 까다롭게 결정하는 편이다. 시간과 에너지는 제한되어 있고, 해야 할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은 참으로 많으니 내가 들이는 시간이 후회하지 않을 모임인지를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해 보고서 결정하곤 한다. 한국과 같이 "불현듯" 갖는 모임이 없는 미국 대학문화속에 있으니, 불가피하게 가야 하는 공식적이 모임이 아니라면 내 의도에 따라서 스케줄을 결정 하는 것이 대부분 가능하다. 그런데 오늘 모임은 오라는 초청을 받은 "즉시" 내 칼렌더에 적어 놓고서 오래 전부터 기다리던 특별한 날이었다. 금요일 오후에 몇 시간을 내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의미로운 날이었다.
나는 지난 5월 13일, 아래의 링크에 "69세의 소녀, 로즈매리" 라는 글을 이 페북에 쓴 적이 있다.
(https://www.facebook.com/notes/%EA%B0%95%EB%82%A8%EC%88%9C/69%EC%82%B4%EC%9D%98-%EC%86%8C%EB%85%80-%EB%A1%9C%EC%A6%88%EB%A7%A4%EB%A6%AC/865701006792272)
▲변호사 로즈 메리의 목사안수식에 참여한 교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강남순 교수 페이스북 |
수녀였고, 변호사이며, 나의 학생이었던 로즈매리는 금년 12월이면 70세가 된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드디어 목사 안수를 받는 안수식을 대학 채플에서 가지면서 나와 몇몇 교수들을 초청했다. 그녀는 몇년 동안 주중에는 빈곤층 노인들의 사건을 주로 맡는 변호사 일을 하면서, 주말에는 작은 교회의 담임자로 목회를 해 왔다. 변호사일을 하다가 우연히 작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게 되면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목회를 하고 그들에게 설교하는 것이 얼마나 자신의 삶에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가를 경험하고서 신학대학에 들어왔던 로즈매리-- 생물학적 나이는 그 당시 나의 학생들중에서 가장 많았지만, 마음과 정신은 참으로 젊은 로즈매리가 4년간의 석사과정을 마치고, 그동안 오랫동안 목사안수를 받기 위한 여러 과정을 잘 거치고 오늘 드디어 목사안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안수 받는 학생이 대학채플에서 목사안수식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여러가지 음악이 있는 축제같은 목사 안수식에는 70여명의 축하객들이 모였으며, 모두 한 마음이 되어 69세의 로즈매리의 목사안수를 참으로 기뻐했다. 생물학적 나이보다 마음의 나이가 얼마나 한 사람의 삶을 다르게 만들 수 있는가를 로즈매리는 삶으로 분명히 보여준다. 오늘 모든 행사가 끝나고 헤어질 때 내게 "계속 변호사, 학생, 목회자, 이 세 가지 일을 하다가 이제 졸업을 해서 두 가지 일만 하니, 다시 공부하는 학생이 되고 싶어서 박사과정에 들어갈까 생각중이니 마음 결정되면 추천서를 부탁하겠다" 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나는 "물론"이라고 대답하고 힘껏 그녀를 포옹했다. 아름답고 젋은 변호사 목사, 로즈매리 -- 그녀는 오늘 내게 한번 뿐인 이 삶을 후회 없도록 매 순간 사랑하라고 가르쳐 준 선생이다.
※ 본 글은 강남순 교수가 10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 노트에 올린 글임을 알립니다.
※ 본 글은 강남순 교수가 10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 노트에 올린 글임을 알립니다.